아이가 전학한지는 3주가 되고, 첫주는 호텔 나들이로 수월하게 아이를 등하교 시켜줬는데, 지난 주부터 2주차가 되고, 집에서 라이딩(?)을 시켜주고 있다. 지난 주엔 아침엔 데려다주고, 화요일 오후엔 내가 약속이 생기는 바람에 지하철 타고 집으로 오고, 목요일엔 데려다주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마시며 기다렸다가 다시 데려 오고, 집에 잠시 들렀다가, 전꿈사 가고, 금요일엔 다시 데려다주고, 다른 볼일을 보고, 다시 데리러 가는 중에 아들이 지하철을 타고 오는 바람에 중간에 유턴. 어제는 월요일이라 줌수업을 해서 집에서 수업이 가능했고, 오늘 아침엔 다시 라이딩. 비가 오는 바람에 10분이라도 빨리 출발해야겠다 생각하고,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들이 많다보니 어쩔 수 없이 평상시보다도 늦게 도착했다. 잠실에 도착하면, 보통 8시10분정도라서 샌드위치나 김밥으로 요기를 하는 데, 오늘은 정확히 30분 도착.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메고 학교 정문으로 들어갔다.
아들도 학교가 멀어지고, 일찍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 긴장하는 눈치다. 아침에 평상시보다 일찍 일어나려고 전날도 일찍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서둘러 출발할 준비를 한다. 아빠가 깨는지 안깨는지도 체크하고, 혹시라도 늦으면 깨워주러 온다. 집에서 가까웠어도 조금은 일찍 가는 편이었는 데, 멀어지니 더 긴장하고, 늦으면 안된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아이도 분명 힘들 일이다. 다만 힘들어도 힘들다 내색하지 않고, 잘하고 있는 아들이 대견하다. 지하철 타고 오라고 하는 날도, 불평없이 집까지 잘 온다. 6학년이나 됐으니, 할 줄 아는 게 당연한 일인데, 요즘은 초품아니 라이딩이니, 집과 가까운 학교, 학원가는 아이들은 모두 차로 모시고 다니는 일이 모든 부모들에게 당연한 일인 듯 인식되다 보니 이런 모습이 흔하지 않은 상황이긴 하다. 우리 조차도 일부러 만들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고. 선택에 의한 고생이니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우리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 생각되어, 아침이면, 데려다주고, 오후에도 되도록 별일 없으면 데려오려고 노력 중이다. 약속이 생기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집에 같이 가기 위해 기다려주려고 한다. 지금도 기다렸다가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갈려고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차를 아파트에 주차하고, 옷을 단단히 채비하고 우산을 들고 걸어나오는 데 아침 바람이 춥다. 비가오면서 어제에 비해서 온도가 7도쯤 훅 내려갔다. 하나 더 입었어도 손시렵다. 빨리 겨울이 오려다 잠시 멈칫하다가, 본격적으로 추워지려는 듯 비도 오고 날씨도 내려갔다. 아이를 내려주고 아침거리를 조금 먹고 9시쯤 스타벅스에 오면, 나같은 사람들이 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집에서보다는 밖에서 공부하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간혹 미팅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그러다가 10시쯤 지나면 또 한바탕 쭈욱 교체가 일어난다. 11시 즈음인 지금은, 나이 있으신 분들이 단체로 들어왔다. 다행인 건 테이블 별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 12시쯤 지나면 다시 사람들이 훅 바뀐다. 회사원들이 점심 먹고 잠시 티타임을 갖기 위해 방문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동네이기에, 늘 수요가 끊이지 않는 커피가게 인 것 같다. 이러니 스타벅스가 늘 장사가 잘 될 수 밖에 없다. 나는 12시 30분쯤 일어날 예정이다. 짐을 챙겨서 차에 갔다 놓고 서류를 챙겨서 관리사무실에 가서 아파트 입주 등록하고, 우편물도 찾고, 그러고 나면 아이 끝날 시간 다될듯. 픽업해서 집으로 가면 될 것 같다. 내일은 줌수업하고, 이번주 목요일, 금요일 또 라이딩하면 된다.
아들이 줌수업을 하는 날은 아침을 먹은 후, 따로 떨어져 있는 거 같지만 하루 종일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수업이 끝나면 휴식 시간에 뭐하고 있는지도 보게 되고, 수업시간에 잘하고 있는 지도 보게 된다. 수업을 잘 듣고 있는지 일부러는 아니지만 우연찮게 보게 되면 그 시간에 늘 딴짓을 하고 있다. 그걸 보면 부모 입장에서는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늘 딴짓만 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잔소리를 하게 마련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잘 듣다가 잠깐 그랬을 뿐인데 억울 할 수고 있다. 타이밍이 늘 그러기 마련이다. 나 자신이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다고 해도 수업시간내내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주변 친구들과 얘기도 하고, 선생님하고 농담 따 먹기도 하고, 그래야 수업 시간이 즐거운 법인데, 줌으로 하는 순간은 그게 당연하다는 걸 못 느낀다. 아이들은 지금 2년에 걸쳐 어떤 실험 대상이 되어 있는 지도 모른다. 결핍된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아이들이 훨씬 큰 데미지를 입을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어른들도 분명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긴 하지만. 줌 수업이 끝나면 점심 시간에 맞춰서 밥을 먹어야 한다.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면 점심을 학교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까지는 온전히 나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데, 지금은 아침 먹고 돌아서서 뭐 좀 정리하고 나면 바로 점심 상을 차려야 한다. 혼자 먹으면 대충 때우기도 하는 데, 아이랑 먹어야 하는 상황은 매일 그럴 수도 없다. 고민하는 순간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점심 먹고 한시간 더 수업하면 그걸로 줌 수업은 끝이다. 수업이 끝나면 아이가 게임을 하게 그냥 내버려둔다. 무작정 나가서 놀수도 없기에, 게임이라도 하게 해준다. 월요일, 금요일은 다행이 조금만 하고 나면 바로 피아노 학원이라도 가는데, 화수목이 6시 태권도 갈 때까지 주구장창 게임하고 있다. 중간에 간식거리 먹는다고 일어나는 시간 외에는 거의 일어나질 않는다. 화장실 갈 때 빼고. 이런걸 보고 있으면 나조차도 답답하긴 하다. 그래서 엄마들이 아이들을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리나 보다. 아이의 발달을 위해서라기보단 어른들이 좀 편해 보고자. 안 보이는 게 가장 편하니까.
아이가 낮에 집에 있는 시간에 내가 더 자주 나가는 편이다. 이런저런 일들이 발생하기도 하고, 일이 없을 때에는 자전거타고 한강으로 나간다. 날씨도 좋고 해서 자전거 타기도 좋다. 원효대교나 한강대교, 좀 더 가면 반포대교까지 갔다오면, 기분이 좋다. 아이가 계속 게임하고 있는 걸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잠시라도 다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필요하다.
학교가 아이의 공부만 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점심밥을 주는 것도 엄청나게 큰 해방이다. 또 아이들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느낀다는 것을 코로나가 뼈저리게 가르쳐 주었다. 너무나 일상적인 일들이라 잊고 있던 것들을 팬데믹을 겪으면서 일상적이 일들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덕에 앞으로의 일상은 조금은 더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조그마한 일에도 큰 가치를 부여하고, 각자 나름 열심히 살게 되고. 세상의 변화를 조금 더 강하게 느끼며 살게 될 것 같다. 다시 또 시작이다!!
지난 주 목요일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고 학교에 제출할 서류를 갖고 아이랑 학교에 제출하고 이번주 화요일부터 첫 등교를 했다. 첫날이라 같이 가서 학교 들어가는 곳까지 동행했다. 아이는 가재울초등학교가 처음 만들어지고 입학해서 첫 졸업을 앞둔 6년을 꼬박 다녔다. 졸업을 앞두고 전학을 간다는 것이 못내 아쉬워서 가기 싫다고 여러 차례 얘기하다가 부모의 강압(?)에 어쩔 수 없이 동의를 하고, 전학을 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친구들을 만났는 데 그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울 법도 하다.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학년이 바뀔 때 국민학교에서 중학교를 올라갈 때 어쨌든 긴장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이상한 친구들은 없는 지 걱정도 되고, 선생님은 어떨 지 궁금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이 뒤섞였던 기억이 있다. 아이도 지금 마찬가지의 상황을 겪는 중이었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겪었을 것들을 아이는 지금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아마도 첫날은 긴장했을 거다.
시간이 지났다고 금방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상황에 대해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공감해주고, 들어주는 것. 며칠쯤 지나면, 친구들을 잘 사귀는 성격상 그리 어렵지 않게 적응해 나갈 것이라 생각하지만, 하루 이틀 정도는 긴장하고 있을테니 그걸 풀어주는 것들이 필요할 듯 싶다. 우리가 경험하고 지나왔다고, 다들 그렇게 살고,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야가 아니라, 그 사람은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니, 당연히 긴장할 수 밖에 없을 터이다. 서로 그런 이해의 폭을 넓히고, 상대를 존중한다면, 예의없는 행동들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사람에 대한 모든 관계들이 마찬가지다. 처음 하는 일을 잘하기도 쉽지 않고, 긴장하는 것도 같을진데, 경험치가 쌓여야 쉬워지는 법인데, 그런 부분을 이해해주는 것이 늘 필요한 법이다. 사람은 그렇게 다른 듯 하지만, 많은 부분은 비슷하다.
오버워치를 하던 아들이 마우스가 우클릭이 잘 안된다며, 마우스를 바꿔달란다. 게임을 하기에는 블루투스 마우스가 그닥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는 데, 아들도 게임을 열심히 하면서 그게 느껴지나 보다. 게이밍 마우스를 검색하며 뭘 사줄까 고민하다가 아들에게 고르고 싶은거 말하라고 그러다가, 점심먹으러 집앞으로 나가려는 데, 갑자기 택배 배달해 주시는 분과 문앞에서 마주쳤는 데, 택배 상자를 하나 주신다.
와이프가 보낸건 확실한데 뭘까 보는 데, 으악!! 어쩌고저쩌고 게이밍 마우스!!!!
헐!!!! 와이프가 아들의 마음의 소리를 들었나 보다.
밥먹고 친구집에 가서 놀다 온 아들이 언박싱 행사를 시전하며 엄청 좋아한다. 유선 게이밍 마우스를 잘 고른 것 같다. 감도도 좋고 역시 마우스는 로지텍인듯.
게임을 잘 안하는 와이프와 내가 보기엔 아주 만족스럽다. 써보는 아들도 만족할 듯 싶은 데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엄청나게 만족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맞벌이 하는 우리 입장에서 아들의 케어 시간이 훨씬 늘어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중이다. 다행히 5학년쯤 되니, 전자렌지 정도는 돌리고 간편식 정도는 챙겨 먹을 수 있어서, 그러한 걸 위주로 점심을 챙겨놓고 살고 있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배아프다고 하는 것이 간편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거 같았고 역시 한약방을 가니 뱃속이 좀 딴딴해졌으니 그런 음식들을 줄이라는 처방이었다. 학교가 빨리 개학을 해야 이런 상황들이 해결될거란 생각을 하니 좀 답답한게 현실이다. 그래도 또 위기를 잘 헤쳐나가야겠지. 문제는 해결하라고 있는 것이니!!
아이가 라면을 좋아하지만 2주에 한번씩만 먹는다. 어차피 먹을때는 우리랑 같이 먹기 때문에 누군가가 있어서 끓여주면 되는데, 둘다 일이 생겨 늦을 경우, 어떻게 먹을 것을 해 먹을 수 있을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5학년이면 어리지도 않기에, 스스로 라면 끓이는 법은 가르쳐줘도 되겠다 싶어서 지난 주에 라면 먹으면서 옆에서 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리고 점심을 라면으로 해결. 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했다. 라면2개 끓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