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발생하고 가장 큰 변화는 재택인구의 급증이다.
아이도 학교를 못가고 온라인 학습으로 대체하고 있고,
회사도 온라인으로 가능한 것들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하고, 회의도 온라인, 보고도 메일,
직접 대면해야하는 업무가 아니고서는 되도록 온라인을 이용한다.
와이프는 기존 업무 특성상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다가 재택 효율이 그닥 좋지않다는 걸 느끼고
재택을 좀 더 줄이고 출근을 좀 더 많이하다가 코로나로 재택을 조금 더 하는 정도.
그래도 외부 업무 미팅이 잦아서 출근 하는 빈도가 더 자주 있다.
나는 업무 특성상 현장에 출근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매일 사무실에 가고 현장을 가야 한다.
현장 가서 사람을 만나고, 파트너와 늘 같이 다녀야 하고. 그렇게 대면의 일이 줄지 않았다.
그리고 사무실에 복귀해서 일을 하고. 그래도 현장 퇴근이 늘면서 집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조금은 많아졌다.
초등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아이이다.
5학년이라는 학년이 이정도면 다 컸네 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부모의 케어가 필요한 나이이고,
자기 스스로 밥을 챙겨서 먹고 치우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좀 아니라서, 밥을 먹고 다니는 것이 문제인 시기이다.
그런데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건, 점심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데,
이것때문에 와이프와 나, 그리고 아들이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스트레스를 갖게 되엇다.
그나마 아이는 매일 바뀌는 간편식에 만족하는 편이지만,
부모인 우리 입장에서는 간편식이 아무래도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과 실제로도 한동안 많이 먹고,
집에서 움직이지 않고 하다보니, 살도 더 늘고, 건강에 좋지 못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상황. 코로나가 가져온 우리집의 변화이자, 문제점이다.
그런 와중에 내가 휴직을 하게 됐고, 지금은 아이와 늘 점심을 같이 먹고 있다.
그렇다고, 새밥을 지어서 건강한 나물 반찬에 밥을 먹지는 않는다. 아이도 나도 고기돌이들이기 때문에.
햄버거도 사먹고, 떡볶이도 사먹고, 그러다가 가끔은 집에서 밥도 먹고, 또 짜장면도 사먹고
이렇게 밖에서 사먹는 일이 많기는 하지만, 아이 혼자 밥을 먹게 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일 수 밖에 없다.
아이 혼자 집에서 간편식 먹게하는 게, 마음 속의 짐이었다면, 그게 해결이 되니 뭘 먹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밥 먹고 자꾸 운동하게 하고 하다보니 조금은 몸무게도 줄은 듯한 느낌.
그리고 우리집 아이는 학원을 거의 안 다닌다.다.
학습과 관련된 학원은 아무것도 안 다니고, 태권도는 1학년때부터 다니는게, 자신이 좋아서 다니고,
피아노는 어쩔 수 없이 다니고. 엄마, 아빠의 강요는 요거 하나이다.
나머지 영어, 수학, 국어, 논술 등 학습과 관련된 모든 것은 아이에게 선택권을 줬고, 다니고 싶지 않다고 해서 안 보낸다.
그리고 그 돈은 아껴서 아이에게 적금도 들어주고 주식에도 넣어주고 그러고 있다. 주식 관리는 내가 하고 있지만,
내 돈 가지고 하는 내 주식은 늘 일정정도 마이너스인데, 아이 주식은 늘 플러스 상태이다.
심지어는 3월 폭락장에서도 마이너스 10% 정도로 엄청난 선방을 했었다. 내껀 거의 40% 폭락했는데.
어쨌든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대신 다른 방식의 무언가를 물려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하는 것도 있지만,
사실은 다른 부분이 훨씬 크다.
내가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이와 싸우고 싶지 않아서이다.
모든 부모와 아이간의 관계에서 스트레스와 다툼의 99%는 공부와 관련된 것이다.
부모는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찾고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까지 도달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그 노력에 아이가 따라와 주길 바라며
지속적으로 압박과 회유 등을 하는 데, 그로 인해 아이와 사이가 좋은 부모를 본 적이 없다.
하기 싫어하는 아이는 늘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행동을 하려 하는 데, 부모는 그걸 그대로 볼 수 없다.
어떻게든 잡아서 앉혀서 공부를 끝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고, 아이가 어렸을 때야 어떻게든 말을 듣겠지만, 조금씩 커가면서, 반발하게 되고,
싸우게 되는 과정을 많이 보게 된다.
결정적으로 난 이것이 제일 싫었다. 가족이 좀 더 가깝고, 좀 더 잘 지내고, 집이 행복하려면,
집에 들어와서 가족과 대화하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여행을 다니는 것들이 즐거워야 하는 데,
온 가족이 아이의 공부에 매달려서, 티비도 제대로 못 보고, 대화도 없고, 대화라곤 공부외에는 없고,
그런 삭막한 집이라면 아이도 집에 들어오기 싫고, 나도 들어가기 싫고, 와이프도 들어오기 싫을 것이다.
가족이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을 절대적으로 하고 싶지 않았다.
집에 들어오면 편안하고, 대화가 즐겁고, 즐겁게 식사하는 그런 즐거운 곳이길 바란다.
그 상태를 만들기 위해, 우리 가족은 모두 노력하는 편이고, 그래서 집이 늘 즐겁다.
코로나가 되면서 아이에게 설명해준 것 중 하나가, 가정폭력이 늘고, 이혼율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https://1boon.kakao.com/interbiz/5e900057c2ec55600885a8ad
가족 관계가 힘들고 서툰 사람들이 더 많이 집에 붙어 있으면서 관계가 힘들어진다는 이야기이다.
가족은 그냥 생겼고, 그냥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맞춰가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줄이고, 가족과 같이 할 수 있는 걸 늘리고,
집에서 핸드폰만 쳐다보지 말고, 티비만 보지 말고,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
그런 행동들이 이어질 때 진정으로 행복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
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든 상관없다는 태도는 가족을 해체하는 지름길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 훨씬 좋은 가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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