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고민하다 봤다. 나는 보고 싶었지만, 와이프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공상 과학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정이가 그닥 땡기지는 않았다.
로봇과 인간의 결투, 폐허가 된 지구, 종말, 쉘터, AI, 기본적으로 많은 영화가 연상된다. (그래서 연상호인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AI(스필버그), 터미네이터 등등.
넷플릭스에서 개봉한지 며칠이 지난 후이기도 하고, 호평보다는 악평이 많았던 터라, 큰 기대없이 보기 시작했다.
나는 끝까지 봤는데, 중간에 와이프는 피곤하다고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주인공은 윤서현(고 강수연), 그리고 정이(김현주)와 김상훈(류경수)소장 - 이태원클라스에서 봤던....
첫 장면은 정이와 기계들의 싸움으로 시작된다. 생각보다 괜찮은 화면을 보여준다.
감독이 이런부분에서 갈수록 좋아지는 듯 하다. 지옥에서도 CG 장면들이 크게 거슬리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정이의 액션(대역이 많이 보였지만)도 나쁘지 않았다.
난 액션의 장면 장면을 되게 꼼꼼히 보는 편이다. 이런 장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긴장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그 와중에 좀 더 새로운 전투(액션) 씬이 나오길 바라는 봐다.
하지만, 새로움은 좀 없었다. 다만 미국 영화에 뒤쳐지지 않는 장면들을 연출했다는 정도. 아쉽지만 그정도에 만족.
그렇게 액션 장면들이 지나가고 내러티브가 좀더 정교했으면 싶은 데,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큰 난점이다.
감독이 이런 부분의 디테일에 약하다는 생각이 늘 든다. 지옥때도 마찬가지였고, 그나마 부산행이 더 좋았던 듯.
'지옥'은 그나마 여러편의 장면들이 모여 한편의 큰 드라마가 완성됐다는 느낌인데 정이는 또 하나로 끝나는 영화가 아닌가!!
배우들의 연기도 꽤 많이 아쉽다. 주인공(고인에게는 죄송하지만)도 그닥 매력적인 장면들이 연출되지 못했고,
자꾸 연기하는 데, 연기하는 느낌. 표정이 살아있지 않은 그 부자연스러움.
주인공과 대결구도를 펼치는 김상훈 소장도 큰 웃음을 주지도 못하고 쫀득한 긴장감을 주지도 못했다.
악역이라면 좀 더 센 악역이든가, 좀더 확실히 웃기던가.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아있는 장면들이 많았다. 보다보면 하나하나 디테일 면에서 자꾸 딴 생각이 들게 만들 뿐이다.
그런데 이런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지점.
여러 가지 영화들을 짬뽕해 놓긴 했지만, 미국을 제외하고, 저정도의 공상과학영화(?)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것.
내러티브의 아쉬움을 어쨌든 CG로 보완한 장점이 보였다.
또한, 이런 영화를 영화관에 가서 비용을 지불하고 보는 게 아니라, 넷플릭스라는 OTT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굳이 영화관까지 찾아가서 보지는 않았겠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언제라도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마지막으로 아주 길지 않은 런닝타임. 100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 엄청난 장점이다.
웬지 100분이 넘기 시작하면, 약간 작정하고 봐야하는 고민이 생기는 데, 98분은 드라마 조금 긴거 하나 볼까
하는 정도의 마음가짐이면 된다.
게다가 최근에 한국 드라마의 위상이 워낙 높아져 있지 않은가?
나오는 드라마마다 높은 순위를 찍고 있는 데, 그에 대한 수혜를 충분히 봤을 성 싶다.
게다가 연상호 감독 자체가, 지옥으로 넷플릭스에서도 인기 좋았지 않은가?
그의 다음 작품으로 영화였으니 충분히 먹힐 수 밖에.
위의 몇가지(네가지) 면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가 된 듯 싶다.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넷플릭스에 가입해 있으면 봐야지!' 라고 대답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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