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입학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는
유치원 3년동안 같은 반 단짝이었던 남궁지호다. 단짝 친구덕에 부모님하고도 알고 지내고, 2월에는 양평에 같이 다녀오고, 이번에는 지호네 덕에 캠핑을 처음 가게 되었다.
선천적으로 게으른 우리 부부라면 절대 캠핑을 하지 않았겠지만, 아이들을 이유로, 캠핑을 계획하게 되었다.
모든 장비와 위치까지 예약을 지호네가 다하고, 우리는 몸만 갔다가 몸만 오는.. 정말 날로 먹기 대마왕의 행세를 했다.
이런 캠핑이라면 언제든지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앞으로 이러기는 쉽지 않을 듯.
보통 캠핑을 하게 되면 금요일에 가서, 일요일까지 있다가 오는 게 알차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다지만, 완전 초보인 우리를 위해서 달랑 1박만을 즐기기로 했다.
토요일 일찍 만나서 먹거리 등을 다 사고, 강원도 홍천으로 출발.
본격적인 캠핑의 계절이자, 나들이의 계절이라 그런지 아침 시간부터 춘천, 홍천, 가평, 청평, 강원도 방향으로 가는 차량들이 급속히 몰려서 설악ic까지 한참 차가 밀렸다. 차는 밀리고 답답했지만, 나들이 가는 길이니 즐겁게 맘먹고 가는 걸로.!!
어쨌든 그렇게 한시간 반을 가서 홍천 숲속 동키마을에 도착..
숲속 동키마을은 작년에 개장한 곳으로 오래되지 않은데다가 많은 캠핑객을 맞는 곳이 아니어서인지 한가한 편이었다.
게다가 아직 많은 홍보가 안되어 있기도 했고, 아직은 캠핑은 조금 일러서 그런지, 우리가 주말 유일한 캠핑자들.
총 12개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인데 우리만 이용해서 완전 널널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물도 마음대로, 공간도 여유롭게 사용하고, 차도 텐트 옆에다가 두대를 올려놓고 짐도 편하게 내리고, 아이들도 마음놓고 뛰어놀 수 있었다.
간간이 동키마을이라, 양들과 토끼, 흑돼지에게 먹을거 주는 체험이나, 당나귀 시승하는 체험 등을 하는 가족단위가 왔다갔다 하는 손님들이 있어서 아이들과 같이 방문하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양들에게 먹이주는 것도 하고 놀고, 전기수송장치도 타면서 놀고, 아들은 제주도에서 말도 두번 타고 해서인지 당나귀 타는 걸 전혀 무서워하지 않아서 두번이나 당나귀 타고 놀기도 했다. 게다가 조금 스피드가 나게 움직여주면 더욱 재미있어 하는게 애가 소심한데 이건 또 즐거워하는 게 조금 신기했다. 속도가 나면 훨씬 재미있다 보다.
한동안 자전거도 제대로 못타고, 속도가 나는 것에 무서워해서 걱정을 했는 데, 얼마전부터 킥보드에 익숙해지면서, 매일 킥보드를 타고 속도에도 익숙해지니까, 말도 속도나면 즐거워하고, 자전거도 이제 조금만 잡아주면 바로 혼자서 탈정도가 되니까 뿌듯한 느낌. 소심함에 대한 걱정이 없어지는 거 같아서 다행스럽다. 지호가 아직 당나귀 타는 걸 무서워해서 한번도 못탄게 아쉽긴 하지만.
아이들은 동물들과 그렇게 재미있게 보내고, 어른들은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타프로 가장 먼저 위치와 공간을 선점하고, 하나둘씩 집을 만들어가기 시작. 안에 텐트도 두개를 준비해서 하나둘 텐트 집을 짓고, 테이블, 버너, 냄비, 코펠, 전기장판, 이불, 조명, 전기리드선, 숯불 그릴, 의자, 아이스박스, 설겆이통 등등 야외에서도 못해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속속들이 하나둘 나오는데, 차안에 이것들이 다 들어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어떻게 다 싣고 왔을까 뿐만아니라, 어떻게 다 날랐을까 하는 걱정. 정말정말 너무 고생하셨을 거라는 것. 게다가 두집 살림을 장만하려다 보니, 부족한 것들은 지인 찬스를 이용해 다 빌려왔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웠다. 대단한 능력자. 야영 생활은 봄이라ㄴ고는 해도 겨울에 자듯이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머리로는 느끼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나 짐이 많고 챙길게 많다고는 생각지 못했는 데.... 우리가 가져간 몇가지, 음식들과, 이불, 잠자리용 옷들과, 의자 정도는 정말 새발의 피구나 여실히 느꼈다.
준비하면서 점심을 해먹고, 마무리 정리를 하고 조금 놀다보니 또 어느새 저녁 먹을 준비 시작.
어느덧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니 약간씩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 불도 피우고, 밥도 짓고, 고기도 굽기 시작하고, 소세지도 얹어서 먹으며 시원한 맥주 한잔과 끈끈한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야외에서의 하루밤을 즐기기 시작. 새소리도 듣고, 당나귀 동키가 한번씩 큰소리로 울어주고, 나방도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고, 아이들은 고기 먹으며 놀아달라고 칭얼칭얼하고, 지들끼리 놀면 좋으련만 아직은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엔 어린 시기. 먹고 놀고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주인장이 와서 술 한잔을 같이 한다. 여기 들어온지 1년이 채 안되는 데 아직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신세 한탄과 홍보 잘 부탁한다는 얘기. 부부가 들어와서 사는 얘기를 같이 공유한다. 나이도 비슷해서 적당히 이야기가 재미있다. 하지만, 엄마들은 그닥 재미있어하지 않는 눈치. 다행히도 그분들도 적당히 술을 마시다가 또 돌아가 주시는 센스.
고기 사진을 전혀 안 찍어서 아쉽긴 하지만, 두꺼운 숯불구이용 삼겹살의 맛이 훌륭하다. 고기를 태우지도 않고, 맛있게 굽는 법을 아는 지호 아빠 덕에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소세지는 안주용으로 최고. 마무리는 쇠고기로 입가심. 캬!!!!
그리고 나서 우리들의 이야기들은 밤이 깊어지며 좀더 깊어지다가 적당한 취기와 함께 잠자리를 준비하러 간다.
밖에서의 잠자리에 늘 깊은 잠을 못 자는 스타일이라 여러 차례 설잠을 자긴 했지만, 그래도 야외에서의 하룻밤과 그 피곤함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중간중간 깼지만, 새벽에 일어나질 못하고 아침이 되서야 일어나니 벌써 지호네 부모님들이 일어나서 밖에 있는 것들을 대부분 치워놓으셨다. 그것들이라도 깔끔하게 치워놨어야 하는데..
안개는 꼈지만 아침 새벽 공기를 마시는 기분이 상쾌하다. 아이들도 벌써 일어나서 양들과 뛰어놀고 있다. 죽자고 잡으러 달려들고, 어린 양은 걸음아 날살려라 하며 도망다니고.
아침은 잠실 엘스 아파트 단지내 상가에 포장 전문 부대찌개 집에서 공수해온 부대찌개와 밥과 누룽지. 부대찌개 맛도 일품이고, 누룽지도 맛있어서 자연스레 과식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일어나면 또 할일이 많기 때문에 움직이다 보면 소화도 잘되고, 열심히 먹고 열심히 움직이는 삶이 바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야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살찐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 배부르게 먹고 나서 아이들은 다시 토끼를 잡으러 올라가고 어른들도 다 치우고 정리하고, 동네 나들이 한판. 아이들이 토끼를 잡으며 괴롭히고 있어서 안타깝긴 했지만, 금방 다시 놔주는 형태라 재미있게 노는 상황이라 내버려 두긴 했다. 하지만 동물들을 괴롭히는 건 정말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오랜만에 가방에서 늘 잠들어 있던 야구글러브를 꺼내 캐치볼. 365일 차에서 잠자다가 하루 바깥나들이를 하는 야구글러브와 공.
전동 스쿠터를 타고, 줄넘기도 하고, 당나귀도 또 타고, 동물들 밥도 주고, 동네 한바퀴 돌며, 시간을 보내니 어느 새 배가 홀쭉해짐.
점심을 차려먹었다. 어제밤 너무 배불러서 다 해치우지 못한, 쇠고기 두덩이를 굽고, 라면을 끓여서 라면에 쇠고기를 먹는 풍경을 연출. 고기는 언제 먹어도 참 맛있다.
라면과 먹으니 더 맛있는 듯.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마무리 정리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짐정리는 짐을 풀었던 것과는 반대로, 안에 있는 테이블 등 먹거리, 식탁, 테이블, 가방, 이불, 매트, 설겆이통 등등 자잘한 물품들 먼저 챙기기 시작. 그리고 나서 안에있는 텐트를 하나하나 분리하고, 접어서 완벽하게 넣고, 외부 텐트 넣고, 마무리로 타프까지 접으면 끝. 그렇게 모든 물품은 풀었던 것 역순으로 진행시키는 게 원칙이라는 캠핑 선배의 말씀. 다시 한번 짐이 하나하나 정리되어 차 속으로 다 들어가는 것을 보니 놀라울 따름. 저 짐들을 다 싣는 것도 문제지만, 집에 가서 다시 다 내려놓아야 한다니 엄청 미안할 따름이다. 최소한 카트에 세번이상은 왔다갔다 해야 할 듯 싶다.
캠핑 기념으로 가족사진 단체 컷을 하나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