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간만에 긴글을 써보려 한다.
한국 사회에서 호칭이란 문제는 생각보다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누구하나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이 없다.
뉘앙스로 그냥 그러려니 하며 살아가는 듯 하다.
오랜만에 조금 늦은 시간에 술을 한잔 마셨다.(원래는 훨씬 일찍 마신다는 이야기임.)
술김에 확 지르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마음 속 깊은 언저리에 내재되어 있는 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한시간 정도 쓸 수 있는 불량이다.
난 누군가를 호칭으로 부르는 걸 되게 어려워한다. 어려워했고, 어려웠고, 앞으로도 어려울거 같다.
왜냐면 너무나도 많은 호칭이 있고 그것들을 다 외우는 거 자체가 힘든 일이기도 할 뿐더러,
지금 시대를 사는 입장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진앙' 이런 얘기 들어본 사람 있는가??
이 단어는 나의 엄마의 언니가 나의 아빠를 부를 때 쓰는 호칭이다.
전라도에서만 쓰는 단어일수도 있고, 경상도에서는 쓰지 않는 단어일 수도 있고, 서울에서도 안 쓰는 단어일수도 있다.
난 이말을 꽤나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이말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면 약간 골치가 아프다.
지역을 따져봐야 할 수도 있고, 관계를 따져봐야 할 수도 있다. 어쨌든 평상시 사람들에게 들어보기 힘든 말이다.
내 친구들은 내 와이프에게 제수씨라고 부른다.
이 호칭도 내 입장에서는 엄청 민감하다. 내 와이프가 나보다 연상이기 때문에
제수씨라는 어감에서 느끼는 친구의 나이 어린 와이프라는 느낌을 갖기 힘들다.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할까??
호칭을 하지않는 친구들이 많고, 누군가는 아이이름을 대며 *** 어머니 부르기도 하고,
누군가는 누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근데 생각보다 제수씨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
--------나무위키 발췌--------
<같은 항렬>
형제자매 항목의 개요 참고
형제의 부인은 형제의 호칭 뒤에 +수를 붙인다. (예: 형수/제수)
누이의 남편은 자매의 호칭 뒤에 +형/제를 붙인다. (예: 자형/매제) [14]
부인의 자매는 처 뒤에 +형/제를 붙인다.(예: 처형, 처제)
자매의 남편은 형/제 뒤에 부를 붙인다. (예: 형부/제부)
<아래 항렬>
어미는 아들 / 자 ; 딸 / 녀 를 주로 사용한다. 앞에 항렬에 관한 호칭인 ( 손 / 증손 / 등을 사용한다)
형제자매의 아들은 조카 / 질이라는 표현을 쓴다.
형제자매의 딸은 조카딸 / 질녀로 더 상세히 구분하기도 한다. 요즘은 성별 상관없이 조카로 부른다.
남성 후손의 부인은 호칭 뒤에 며느리 / 부 를 붙인다. (손자며느리, 자부=며느리)
여성 후손의 남편은 호칭 뒤에 사위 / 서 를 붙인다.
----나무위키에서 퍼온글이다. 나무위키를 뒤지면, 엄청나게 많은 양의 호칭을 볼 수 있다.
써먹지도 않을 호칭을 엄청나게 많이 갖고 있다. -------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호칭 중의 하나가 형님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형님이라고 하면 되는 데, 나는 이 호칭 자체도 거북하다.
형님이라는 호칭에 되게 '친숙한 사람'이라는 베이스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별로 친숙하지 않은 데 이런 호칭을 써야돼??
난 그냥 이런 호칭이 딱히 맘에 들지 않는다.
내 성격이 이상해서 내 주변에 이런 호칭에 맞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족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일 경우 호칭이 가장 어렵다.
삼촌, 당숙, 이종사촌, 이종당숙, 올케, 시누이, 처남, 처제, 처형, 김서방, 이서방, 박서방 등등..
외워야 할 게 너무나 많다.
그리고, 저 단어들을 적절히 쓰지 않으면 또 엄청 이상해진다.
무슨 조직도를 그려서 외우고 다녀야 할 판이다.
내 와이프가 나보다 연상이다 보니까 와이프의 사촌 동생 중에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나를 형님이라고 부른다.
관계를 따지면 맞을 수도 있지만, 그냥 나는 이상하고 어색하다.
사회에서 처음 만났으면 당연히 쉽게 편하게 야자 부를 수 있는 호칭이었을 텐데,
가족관계라는 부분이 걸리면서 어린 사람에게조차 형님이라고 불러야하는 상황.
그러다보니 그양반도 나를 대하는 모습이 늘 불편하게 느껴진다. 관계라는 게 이상하게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가??
뭔가 좀 비 합리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이게 가장 문제라고 느끼는 지점은, 모든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기가 힘들어진다는 거다.
호칭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대화를 대단히 억압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슷한 또래의 나이에 사람들은 분명 비슷한 일들(가정, 육아, 연애 기타 등등)을 가지고 고민하고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을 텐데, 호칭이 끼어드는 순간, 대화의 단절은 심각한 지경에 이른다.
이렇게 대화의 단절이 된다는 게, 관계를 망가뜨리는 부분이 아닌가 싶은 거다.
내 아이와 형의 딸은 2개월 차이로 내 아이가 빨리 태어났다.
그러다보니 할아버지가 형의 딸에게 내 아들보고 오빠라고 부르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그런게 먹혔지만, 아이들도 커가면서 뭔가 이상해짐을 느끼기에 아이들을 불러놓고 얘기했다.
할아버지 있을때만 호칭 조심하고, 니들끼리는 야자하고, 편하고 부르라고.
지금은 사춘기(중2올라가는 시기)라 서로 대화가 별로 없지만, 내 아들도 하나고, 형의 아이도 하나라서
가까운 사람은 둘밖에 없으니, 고딩쯤 되면 다시 조금은 친해지지 않을까?? 아니면 말고..
5,6살쯤 형의 딸이 내 아들에게 야!! 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걸 할아버지가 본거다.
그 자리에서 형의 딸을 혼쭐을 냈다. 그것도 엄마가 보는 상황에서..
그러다보니 뭐 기분좋을리가 없지. 2개월 차이나는 아이들끼리 야라고 하면 어떻고
뭐라고 하면 어떤건지.. 하지만 할아버지 입장에선 용납이 안되나보다.
그러니 그렇게 아이를 엄청 혼내면서 훈계를 하니, 그때부터 사이가 썩 좋지 않았다.
겸사겸사 기타등등 나는 아이들에게 아무래도 괜찮다고 얘기해줬다. 다만 할아버지만 조심하라고.
호칭 관련해서 할아버지(나에게는 아빠)와 안 싸워본게 아니다. 아니 늘 싸운다.
난 좀 뭐가 중헌디?? 의 입장이고, 아빠는 늘, 당연히 중요하지!! 의 입장이다.
이 부분에서 엄청나게 싸워왔고, 싸우고 있고, 앞으로도 싸울 것이다.
하지만, 바뀌기는 하지만, 쉽지 않다. 늘 스트레스다.
내가 생각하는 호칭은 그냥 단순화 하자는 거다.
어쩌면 그 이상한 호칭이 그 사람을 까내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이 발생한다.
어떤 한 사람을 봤을 때,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호칭이 느껴지면 그대로 부르면 되는거다.
그게 무엇인고 생각해보면, 그냥 그 사람의 이름이고, 한국 사회에서는 그냥 뒤에 존칭을 붙이면 된다.
나보다 나이가 적은지 많은지는 저~~~~~ㄴ~~~~~혀 중요한게 아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사람의 입장은 저~~~~~~ㄴ~~~~~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사람 인격 그 자체인거다.
우리는.. 나는 엄청나게 복잡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냥 사회 자체가 너무나도 거대해지고, 복잡해지고, 그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호칭이라는 되게 미미한 거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좀 필요없는 짓이 아닐까!!
첫번째로는 존칭이라는 게 빨리 없어지길 바란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이름을 부르는 것이 가장 낫지 않을까 싶다.
이름을 부르는 것 자체가 상대를 존중하는 의미가 아닐까??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중에 하나가 **엄마, **아빠 이런 표현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저런 단어를 쓰고 있다.
아무 거리낌없이 쓸수도 있긴 하지만, 요즘같이 아이도 많이 낳지 않는 사회이고, 딩크족도 많은 시대에,
굳이 저런 표현을 써야 할까??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나다.
내가 결혼을 했건 안했건, 아이를 낳건 낳지 않았건, 솔로이건 솔로가 아니건,
내가 어떤 직업을 갖고 있건, 어떤 대학을 나왔건, 어떤 고등학교를 나왔건,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던지간에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이순간의 '나' 일 뿐이다.
그런데 호칭은 나를 배제하고, 내가 아닌 내 주변에 처해진 상황에 대한 보고일 뿐이다.
나를 온전히 나로 인식해 주는 것은 내 이름이 그대로 표현될때, 이때가 아닐까 싶다.
세상은 호칭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가 가진 이름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호칭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만, 그의 이름은 늘 그대로 불려지는 것이니까!!!!
요즘 시대는 이름도 쉽게 바꿀 수 있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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