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내 텃밭에 당첨되서 3월에 관리를 시작했다. 4월에 집에서 굴러다니던 씨를 가져다가 텃밭에 뿌렸는데, 2~3주가 지나도록 반응이 나타나질 않는다. 너무 오래된 씨를 뿌려서 그런건지, 너무 흙을 많이 덮은건지, 아니면 물을 너무 자주 안줘서 그런건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결과물이 안나와서 다시 방법을 찾아야겠다. 모종 일부와 씨를 다시 구매해서 오늘 뿌려주고 모종도 심어줬다. 모종은 고추 네그루. 씨는 상추와 부추 두군데 뿌렸다. 제일 끝에 아들이 심었던 곳에 콩이 좀 나오는게 보여서 그곳은 그대로 뒀다. 모종을 심었으니 고추는 열리겠지. 2-3일에 한번씩 방문해서 물도 주고 상태도 체크해봐야겠다. 모든 살아있는 것에는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심지어 공산품조차도. 쓸고 닦고 어루만져주지 않으면 모든 것은 낡고 병들고 스러지게 마련이다. 하물며 생명이 있는 식물은 얼마나 더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겠는가!!
인간은 좀 더 그렇다. 아이는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손이 가야하고, 그 정도에 따라 아이의 인격, 성정 등은 길러지는 거다. 어른은 안 그럴까? 어른도 마찬가지다.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지속적으로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대해주고, 아껴줘야한다.
우리의 기억은 생각보다 훨씬 협소하고, 생각보다 훨씬 과장되고, 생각보다 훨씬 정확하지 않다. 일부 약간의 이상한 능력(?), 혹은 또라이성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과거를 이상하리만치 정확하게 기억하는 경우들이 꽤 있다. 이런 사람들을 비범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기억을 자기 편한대로 가공하게 된다. 과장도 하고 자기 좋을대로 편향되게 기억하고, 나쁜건 잊고 좋은 것만 기억하고..
맛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자신이 예전에 갔던 집에 대해 대체로 실망하게 된다. 아무런 의미없이 갔다가 맛집이라고 발견했을 당시와 똑같은 맛을 기대하고 가는 데, 보통은 그렇게 똑같은 상황은 잘 연출되지 않는다.
처음 갔을때 배고프고 힘든 상황이었다면 웬만한 모든 음식이 맛있었을거다. 친구들과 술한잔 하러갔을 때는 또 상황이 달라진다. 2차로 간다면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게 지금과 그때가 다른데, 맛이 똑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과거에 맛있었다고 기억하는 집이 오늘 맛이없는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맛을 객관적으로 표현한다는 게 말도 안되는 일이라 생각된다. 개개인이 모두 다른데, 어떻게 객관적일 수 있겠는가. 주관적인 부분에 자기 합리화를 덧붙이며 객관적인척 할 뿐이다. 다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이야기하면, 조금씩 다수에 의한 객관화가 진행될뿐. 그래서 맛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엄청 광활한 미사여구를 쓰는 사람들은 별로 신뢰가 가질 않는다. 그냥 말을 되게 잘하는 사람이라는 느낌. 특히 방송에서 표현들이 난사되는데, 듣고 있으면 먹고 싶다가도, 이야기듣다가 채널을 돌리는 경우가 꽤 있다. 그래서 유튜브에 먹방에 asmr만 들어가는 게 더 먹고 싶음을 자극하는지도 모르겠다.
자전거를 타고 홍제천을 타라 정릉 방향으로 올라가는 끝은 포방터 시장이 나왔다. 연돈돈까스로 유명해진 그 포방터. 그집이 가까운 홍제동에 있었을 때는 가서 먹어보질 못했다. 유명해지기 전에는 몰랐고, 유명해지고 나서는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제주도로 내려갔으니 영영 못 먹어볼듯. 제주도에 가면 먹어볼 수 있겠다.
끝까지 가서 올라가보니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길도 나온다. 길이 좁아서 끌고가기도 하고 턱이 있어서 끌기도 하며 계속 올라갔다.
상명대 혹은 부암동의 가장 큰 단점은 아직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다는 것. 아무래도 인구수가 부족해서 일거 같다. 여기저기 높은 지대가 많다보니 평지에 집이 많은 동네들에 비해 집짓기가 그만큼 버거웠을거 같다. 그런데 옛날 오래된 동네들(삼양동 등) 같은 낙후도를 보이지는 않고 있어서 새롭게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가 들어서기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언덕배기에 새집을 지으면 매력이 넘치는 집이 될것 같다. 지하철이 없어서 아쉽지만 산비탈 하나만 넘으면 청와대가 있는 효자동이 나온다. 생각해보면 엄청 가까운 거리다. 심리적으로 멀어보여서 그렇지.
서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격대도 도전해 볼만한 가격대이다. 좀 도 조사를 해 볼 필요도 있어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있어서 구석구석 가보진 못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매력적인 동네 느낌이 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홍제천을 내려와 한강으로 향하다가 방향을 틀어 월드컵공원 자전거길을 따라 쭈욱 올라오다보면 불광천과 만난다. 일할때 늘 차를 타고 지나다니기만 하고 직접 걸어가니진 않았으나, 오늘은 자전거에 벚꽃 구경할겸해서 길을 탔다.
월드컵길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 자전거타기 좋구나 했는 데 불광천쪽으로 올라올수록 따뜻한 날씨여서 많은 사람들이 걷고있다.
사람들이 그동안의 답답함을 좀 후~욱 하고 털어버리고 싶었나 보다.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듯이 사람들이 마음에도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자꾸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움직인다는 건 좋은거다. 자꾸 몸을 움직여서 무언가 해야한다.
오늘 아침에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홈플가서 다양한 치솔을 사고, 쿠팡에서 텅을 몇개 주문하고, 자르는 건 뭘로 잘라야하나 고민고민하다가 실톱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고, 철물점 가서 실톱을 사고, 준비를 마쳤다. 어제 테스트 삼아 3D 프린터로 만든 거 뒷부분을 잘라보니 그럭저럭 잘된다. 잘 가다가 한번씩 걸리기도 하지만, 그것만 잘 피하면 된다. 면을 잘 갈아줄 줄도 준비. 줄, 본드, 실톱, 칫솔, 텅 등을 준비해 놓고 작업을 시작했는 데, 먼지가 날려서 베란다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아주 정교하게 만들진 않아도 되서 적당히 사이즈를 자르고 면을 다듬도 붙여서 만들었다. 록타이트 순간 접착제이지만 바로 붙지는 않는다. 조금 기다려 주고 바람도 불어줘야 한다. 한번 붙여 놓으니 생각보다 괜찮다. 그렇게 네개를 만들어서 오늘 저녁 모임에서 샘플로 이용할 예정이다.
결과물은 문제가 될수도 있어 이정도의 사진만.
이게 거대한 뭔가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순간 또 재미있는 한가지 일임에는 틀림없다.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just do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