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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마늘 만들기

다양한 2021. 3. 31. 16:40

지난 가을쯤 아빠가 마늘을 보내주셨다. 

서산에서 동네 아는 분이 마늘 작황이 좋은 바람에 풍년이 되었고, 상품성이 좋은 녀석들은 다 내다 팔고,

그 중에 보기 좋지 않은 녀석들은 가져가시라고 해서 푸대에 담아서 우리한테 보내주셨다. 생마늘을.

그렇게 우리 집을 방문한 마을은 그 상태 그대로 집안에 고이 간직되어 있었다.

그냥 그렇게 냅뒀다. 맘먹고 하면 또 하겠지만, 그게 생각만큼 잘 이뤄지지 않는 게 인간의 마음이다.

딱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고, 억지로 안긴 듯이 보낸 품목이다 보니, 마음이 가질 않는다.

그렇게 한쪽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늘이 그럭저럭 겨울까지 나고 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겨울 끝자락쯤, 이 마늘이 박제가 될까 걱정이 되었다. 일부는 썩었고, 아주 많이는 멀쩡하다.

까서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작업을 시작했다. 

넷플릭스로 이태원 클라쓰를 틀어놓고, 자리를 잡고 마늘을 까기 시작했다. 

아들도 도와준다. 네시간 정도를 깠는 데, 1/10 정도 했나. 진도가 이렇게도 안나가는 일이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우선 3일만 했다. 3일동안 한 것도 꽤나 많은 양이 되었다. 

그동안 이태원클라쓰는 9편까지 봤다. 

내가 생각하기에 많은 양을 까서 정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까 놓고 보면 실제 양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 와중에 쓰레기는 얼마나 많이 생산되는지..

까놓고 또 한동안 다른 일로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마늘이 이제 다 떨어져간단다.

마늘을 빻아야겠다.

어제 오후부터 다시 준비를 시작했다. 핸드블렌더를 찾아서 상태를 체크하고, 날은 어떤 걸로 하는 지 확인하고,

마늘 상태도 체크하고, 꽁다리와 끄트머리는 다 과일칼로 마무리하고. 이것만도 두시간이 걸렸다. 

저녁먹고 가는 것까지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가는 건 포기하고, 정리까지만 해 놓았다.

아침부터 블렌더로 갈기 시작, 블렌더는 1분이상 연속으로 작동하지 말란다. 

조금만 오래 연속으로 돌리면, 모터 타는 냄새가 난다. 하다가 멈추고 하다가 멈추고,

중간중간 정리도 해야하고, 마늘 갈은 건, 얼음 얼리는 각얼음통에 일일이 담기 시작. 

다 하면 반쯤 되려나 했는데, 그래도 한통엔 가득 채웠다. 휴!!!!

그렇게 고생해서 각에 한통만 만들어진다니, 참 시간대비 너무 효율이 떨어지는 일이긴 하다.

정말 여유 시간으로 티비 보면서 한갖지게 하고 있다면 괜찮겠지만, 

바쁜 와중에 하고 있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시간이다. 

게다가 내가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하는 게 아닌, 강제 할당된 노동이다 보니,

썩 즐겁게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어쨌든 그렇게 노동의 대가는 만들어진다.

이제 마늘은 냉동실로 고고싱, 이제 하나씩 꺼내서 먹으면 끝!

 

하지만, 이렇게 고생한 것보다 두 배쯤 많은 양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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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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