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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나절

다양한 2021. 6. 9. 14:19

#1
늦잠을 잤다.
최근에 아들과 캐치볼 한다고 7시 채 안되면 일어나서 7시부터 7시 30분까지 집앞 공터에서
캐치볼을 하고 집에 들어온다. 그 사이 와이프가 일어나서 회사갈 준비를 하고
참외나 사과를 깎아주면 먹고 출근한다. 그리고 나는 아들과 밥이나 빵을 먹는다.
오늘은 늦잠을 잤다. 전화가 와서 잠결에 전화를 받으니 출근하고 있는 와이프 전화다.
벌써 8시 30분쯤.
거실에 아들이 자고 있으면 깨워서 학교 수업들어가라고, 시키란다. 오늘은 수요일이라 줌수업이다.
일어나 보니 옷 한무더기가 화장실 문 앞에 있다.
아들이 화장실에 볼일 보러가는 자세다. 6학년이지만, 큰일을 보러 가면 저렇게 옷을 홀딱 벗어놓고 들어간다.
언제까지 저럴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시추에이션이다.
화장실에서 나온 아들에게 밥먹으라 했더니 벌써 먹었단다. 어제 먹다 남은 피자 두조각 먹었으니
아빠만 챙겨먹으면 된단다. 이제 알아서 잘하고 있다.
급한 일이 사라졌으니, 잠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세수를 하고, 식탁에 앉았다. 배가 고팠다.
어제 먹다 남은, 아들이 먹다 남은, 피자 두조각을 오븐에 뎁혀서, 먹었다. 그럭저럭 맛있었다.
어제 먹은 자잘한 설겆이들이 꽤 남아 있었다. 그리고 보리차 주전자도 씻어야하고.
내방에 널려 있던, 약간 두터운 옷들을 다 꺼냈다. 빨래를 잔뜩 넣고 돌리고, 설겆이를 시작했다.
아침부터 우편물이 와서 등기우편물을 받고, 며칠전에 화장실 바닥 청소용 솔을 산걸로 화장실 바닥 청소를 했다.
어제 와이프가 주문한 마켓컬리 물건들을 아침에 간단하게 와이프가 다 넣고 갔나보다.
급하게 냉장고, 냉동실에만 넣어놓고 뒷정리를 안해놨다.
박스 테이프 뜯어서 켜켜이 쌓고, 테이프는 테이프대로 뜯어서 따로 보관하고, 물기 묻은 비닐은 널어서 말리고,
아이스 팩은 뜯어서 물 다 빼내고 재활용하고,
마켓컬리의 한가지 좋은 점은, 테이프와 네임택이 엄청 잘 뜯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분리수거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대부분 테이프 뜯다보면 박스는 너덜너덜 해지는데 반해
마켓컬리는 엄청 깔끔하게 분리가 된다. 요즘 같이 택배 많이 발생하기 시기에 큰 장점이다.
이렇게 다 정리하고 나니, 빨래가 다 됐다고 소리친다. 건조기에 못들어가는 옷들은 다 꺼내서 널고,
나머지는 건조기에 넣고 돌리는 데, 건조기에 넣은 게 몇개 안되고 대부분 널어서 말리는 옷들이다.
집안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앉아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근데 벌써 11시 20분, 11시 50분이면 아들이 점심 먹는다고 나올 시간이다. 곧 점심준비 해야겠다.

#2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
모든 사람은 다 나름대로 각자 열심히 살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직장은 다니는 사람 나름대로, 사업을 하는 사람은 사업을 하는 사람 나름대로.
회사를 들어가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내가 이 회사에서 얼마나 갈 수 있는가와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였다.
이 회사에서 정말 최선을 다하고, 최대 꼭대기까지 올라간다면, 원장이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좀 불가능하다 생각되면, 이사까지는 가능할 것 같았다. 이사.
그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관찰해 보면서, 음 내가 생각하던 이상은 아닌거 같다.
60대 정도까지 일을 열심히 하면서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그 때 그닥 즐거울 거 같지 않았다.
그리고, 내 성향이 사회 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런걸 그닥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일정한 소수의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만나서 별로 즐겁지 않은 사람들과
자리를 갖고 싶지도 않고, 대화를 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내 기분에 따라 즐거운 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갖고 싶을 뿐이다. 그런게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없이 해야 하는 상황들이
내 몸과 마음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걸 늦은 나이까지 할 자신이 없었다.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
회사에서 녹을 먹고 있으니,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이 맞다. 월급에 비례해서 일의 강도도 정해지는 거고,
내 능력치도 그만큼인거고. 상황에 따라서는 좀 더 좋은 능력의 사람이 능력을 아깝게 쓰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능력치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받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길게 보면, 그 사람의 깜냥일 수 밖에 없다. 깜냥. 쉽게 설명이 되지 않지만. 말 그대로 깜냥.
굳이 설명하자면, 그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복합적인 능력치. 객곽적인 수치로 보여지는 능력치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 결정력, 게다가 주변의 상황, 그 모든 것까지 포함된 능력치를 깜냥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우리 회사가 일반적인 사기업이 아니다 보니까, 개인의 능력치에 큰 인센티브를 주는 구조가 아닌 것이
개인의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하는 일 자체도 엄청나게 다양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닌, 루틴에 의해 근면, 성실이 훨씬 회사에 높은 가치로 인지되는 일이라, 그냥 하면 된다. 그냥.
그렇게 일해서 적당한 월급을 받고 가늘고 길게 살아간다는 것.
어쩌면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꾸준히 일을 해서 회사에 일정 부분을 바치고, 그에 대한 녹을 받고,
가늘고 길게 사는 대신, 고민에 고민을 하고, 다양한 일을 하며, 내 자신과 가족을 위해 일을 하고 댓가를 얻는,
그런 삶을 선택하기로 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댓가만큼 일한 덕분에 사람들의 평판은 좋지 않지만,
그래서 진급을 택하는 대신, 내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늘 꾸준히 다른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 덕에 지금 이런 선택이 가능했던 거다. 전부 다 잘하면 좋겠지만, 그럴 체력이 안되는 나는 그 중 하나를 포기했다.
그리고 다른 선택지를 택했다.
사람들의 꿈이 무엇인가 물어보면, 짧게는 어떤어떤 회사를 들어가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회사에 들어간 사람들의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빨리 퇴사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침에 친구들끼리의 단톡방에, 한 친구가 아침 6시30분에 매일같이 출근을 하고, 저녁까지 일한다는 얘길 올려놓았다.
그리고 받는 댓가는 어떤가 궁금하다. 구체적으로 물어보진 않았지만, 어떤지 대략 알고 있다.
앞으로의 발전가능성, 이후의 가치 등을 따져 보면 그리 크지 않다. 그렇다면,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그것이 보이질 않는다.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입장이 아니기도 하고, 그러고 싶지도 않고.
내가 걱정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그렇다.
각자의 깜냥대로

살아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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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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