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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다양한 2021. 6. 29. 07:00

#1
서울에서 경주는 꽤 먼거리다. 꼬박 5시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거리다.
경주를 지난해에 여행으로 다녀왔다. 2박3일. 길지 않지만 이것저것 구경하고, 먹고 왔었다.
수학여행을 안간 내가 처음으로 불국사를 구경하기도 했고,
불국사를 거쳐 석굴암까지 올라가서 잘 모셔져 있는 공간을 보고, 보기만 하고 왔다.
보존을 하다보니, 관리를 위해서 웬만한 곳은 다 막아놓고 멀리서 잠시 구경만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그외에 밤에 천마총도 보고, 왕릉에서 나온 장신구들을 보는 데,
제작하는 방식이 한땀한땀 장인이 재현하는 모습에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첨성대도 가 보고, 그리 크지 않음에 놀라기도 했는 데, 그런데 그 돌들을 하나하나 올렸다는 게 참 대단했다.
나중에 선을 넘는 녀석들에 나오는 경주의 역사에 대해 설명 들으니 훨씬 재미있게
아들이랑 역사에 대해 약간의 상식이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다녀온 경주를 1년도 안되 또 가게 되었다.
지난 주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초제(돌아가신지 7일째 되는 날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방문했다.
할머니가 젊은 시절부터 다니던 절이 그곳에 있어서 가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간것이 2014년 혹은 2015년 쯤이었으니, 족히 6~7년 간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다.
하지만, 불교를 믿고, 집에 법문도 걸어놓고 사당(?)도 만들어 놓고 지내는
독실한 신자 입장에서 경주의 절은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었으리라.
어제 오후에 출발해서 밤에 숙소에 도착해서, 잠을 자고, 아침에 동네 해장국집에서 밥을 먹고,
바로 문수사로 갔다.
이곳에 와보니, 몇년에 한번 밖에 못오면서 꼬박꼬박 그곳을 찾으려고 했었는 지,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서울에서 올라면 오는 데 하루, 가는 데 하루, 이틀이 걸리고, 잠시 절하기 위해서 왔던 곳이다.
그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분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편안함을 느끼고, 마음의 위로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나 싶다.
돌아가셨다고, 많지는 않지만, 몇분이 오셔서 제사 지내드리고, 인사하고, 이야기나누고.
사람에게 어떤 공간은 평생에 걸쳐서 가장 편안한 공간일 수 있다.
그런 곳이 누구에게나 필요할텐데, 그게 할머니에게는 이곳 문수사 절이었겠다 싶다.
삶이 길다고 해도, 길지도 않고, 짧은 것 같지만, 짧지도 않고.
어쩌면 허망하게 죽기도 학고, 질기게 살아남기도 하고.
절에서 처음으로 제사를 지냈는 데, 두시간 정도 소요됐다.
스님이 제사 차례로 지내 주면, 옆에서 절도 하고 술도 따르고, 법문도 따라 읽고.
아들도 열심히 따라 했는 데, 엄청 힘들더만.
그래도 잘 마치고, 절에서 주는 밥을 먹고, 잠시 도란도란 이야기하다가 서울로 출발.
무엇보다, 다행인 건 와이프가 이곳에 다녀오고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
할머니이 안식처에 모셔다 드리고 왔다는 안도감이 생긴 것 같다.
신기하게도 주지(?)스님이 나를 기억하고, 아들을 기억한다는 것.
아들을 보고는 많이 컸다고 이야기하고. 한번도 본적이 없을 진데.
이야기를 들어서 이야기로된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으리라.
나도 마찬가지고.
우리도 늘 할머니의 말을 통해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다가, 실제로 만나본 사람들의 모습은
낯설기도 하지만, 반갑기도 하고, 정겹기도 하고. 기억해주고 있다는 거에 고맙기도 하고.
이렇게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제를 지내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할머니가 편안히 지내실 수 있으리라는 안도.
먼거리를 다녀왔지만, 마음의 위로를 많이 느끼고 온 시간이라, 무엇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로 올라올 수 있었다.



우리들 각자는 어디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으며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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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좋은 곳으로 안내 할 지도

map.kakao.com

바로 옆에서 신기하게 유네스코에 등록되어있는 염불사지 삼층석탑이 있다.
아주 크진 않지만, 보존상태도 양호하고, 두개가 나란히 서 있는 것이 아주 보기 좋다.
경주는 신기하게, 역사적 보물이 넘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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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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