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화나는 일이 생겼다.
최근에 장모님이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생겼다.
연세가 90이 넘었는데, 침대에서 넘어서 뼈가 부러졌다.
이 코로나 시국에 검사를 하고, 입원을 하고, 수술 날짜를 잡았는 데, 어제 수술이 갑자기 취소됐다.
무슨 일인가 해서 아침 회진 시간에 담당 의사와 통화를 하고 싶었다.
회진 오자마자 간병인에게 전화달라고 했고, 바로 전화가 왔는데, 의사가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가버렸다는 거다.
언제 얘기해주겠다는 설명도 없이 그냥 도망치듯 나가버렸단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의사가 누구인지, 확인조차 안되어서 병동으로 전화를 걸었다.
간호사가 받았는 데, 화가 나 있던 상태라 격양된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노인 환자분인데, 코로나 때문에 간병인이 돌봐주고 있어서, 회진 때 의사와 잠시라도 대화하고 싶어서
간병인을 통해 통화를 연결했는데, 전화를 안받고 그냥 나갔다고 설명을 했다.
전화번호 남겨주시면, 담당 의사한테 전달해서 연락드리겠단다.
엄청 상냥한 듯한 말투이긴 한데, 딱 자르듯이 매뉴얼대로 대응하는 느낌.
순간 화가 나서 내 목소리가 높아졌다. 담당 의사와 통화하고 싶어서 출근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해서 잠시 통화할 수 없냐고 옆에서 물어보는 데, 의사가 그냥 가버리는 경우는 뭐냐?? 물어보니까,
간호사 '방금 일어난 상황이신 거에요?'
나 '방금 의사가 왔다가 갔는 데, 이러면 안되는 거 아니냐, 설명을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간호사 '네, 컴프레인 거시는 거세요?.'
나 '뭐라구요? 이런 걸로 컴플레인 거는 거 아니구요, 설명은 해줘야 할거 아니에요?'
간호사 '연락처 남겨주시면 담당 의사에게 전달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순간 빡쳐서, 욕나올뻔..
나 '매뉴얼대로 하는 건 알겠는 데, 이런 식으로 응대는 아니지 않나요? 코로나 때문에 병실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
환자 상태에 대해, 수술까지 잡았다가 취소되고 다시 검사하는 상황에 대한 설명은 들어야 하는 데..
상황 설명없이 회진 오자마자 가버리는 건 아니지 않나요?'
간호사 '보호자 분이 병실에 잠시 올 수 있고, 병실에 올때만, 코로나 검사 받으시고, 기존에 간병하시던 분은
72시간내에 다시 복귀하시면 되고, 하니까 보호자분도 병원에 오실 수 있습니다.
어쨌든 연락처 남겨주시면 담당 의사에게 연락드리라고 하겠습니다.'
내가 이 간호사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전화한 건 아니다.
어쩌면 그 사람이 얘기한 것처럼, 담당 의사한테 전달해서 환자의 상태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설명 들으면 된다.
열받은 건 식히고, 차분히 병동에 전화해서 아까 그 회진한 의사 컴플레인을 걸던가 했어야 되는건가?
그 간호사의 상황도 이해는 된다.
바쁘게 일하는 가운데 갑자기 아침부터 화난 목소리의 민원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간호사에게도 감정 노동의 대상이었을 거다. 아침부터 그지같은 전화를 받았다고 할 듯.
회사에서 일하다가 전화가 와서 댕겨 받았는 데,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상대와 통화하는 것
자체가 회사 업무로써 가장 피곤한 일 아니던가. 그리고 그런 사람이 적당히 끊는 것도 아니고,
장시간의 통화를 하게 되면 내가 할 일은 못하게 되고, 그러면 나도 스트레스를 받고....
에휴!!!!
이상한 의사 하나 때문에 아침부터 몸에 열기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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