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정리하고 야구를 틀은 시간은 마침 9회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타석엔 히메네스가 있었고 마운드에는 아직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NC마무리를 투입한 상황.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결승 타점일 수도 있는 선제 솔로홈런을 터뜨린 엘지의 영웅 히메네스가 있었고,
포볼로 1루까지 출루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포기하지 않은 김경문 감독의 마운드 운용으로 후속타자들을 잘 처리하며 이닝을 실점없이 끝냈다.
그리고 9회말 역전의 드라마는 쓰여지기 시작했다.
첫타자가 박민우가 엘지 마무리 임정우를 상대로 중전 안타로 진출하고, 권희동이 좌전 안타를 때리며 1, 3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이때부터 임정우의 얼굴에는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고, 그 틈을 지석훈이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1점차까지 바짝 쫓아갔다.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블론세이브 상황을 만들고 임정우는 마운드를 내려갔고, 김지용이 올라왔다.
인생은 이호준처럼의 이호준이 타석에 등장했고, 분위기는 NC로 완전히 넘어가고 있었다. 그 상황에 쓰리볼까지 연거푸 들어오며
엘지에게 더욱 불리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으나, 다시 침착함을 찾은 김지용이 연거푸 변화구와 왼쪽 구석을 찌르는 공으로 풀카운트까지 끌고 갔다.
이 상황에서도 발이 느린 이호준인지라 빠른 땅볼이 나오면 더블 아웃이 가능한 상황이었기에 결과는 한치 앞을 장담할 수 없었다.
풀카운트에서 김지용은 던진 공은 바깥쪽 빠른 공이었고, 그것을 이호준이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맞춘다는 생각으로 스윙한 것이 정확히 1-2루간을 꿰뚫는
우익수 안타가 되며, 동점에 성공했다. 이것으로 경기는 거의 끝난 상황이 되버렸다.
이후에 손시헌이 고의사구로 주자 만루가 되었고, 만루 상황에서 나온 용덕한이 3루수를 꿰뚫는 안타를 치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에 본 한 이닝에 모든 하이라이트가 담겨 있는 경기가 됐다.
역시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처럼 9회말 3아웃을 잡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경기였다.
엘지로서는 너무나도 아쉬운 경기였겠지만, 타이거즈가 떨어진 현 상황에서 재미있는 경기를 해 준 두 팀에 박수를 보낸다.
이 짧은 시간에 리그 2위의 기록을 만들어 낸 NC의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도 칭찬받아 마땅하고,
좋지 않은 전반기 성적부터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4위를 지켜낸 엘지의 저력도 놀라웁고,
두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재미난 경기를 펼쳐주기를 야구팬으로써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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