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속의 지리산은 초등학교 5학년쯤으로 기억된다.
여름 방학에 광주 이모네집에 놀러갔다가 대학생쯤이었던 사촌 형들을 따라 지리산행을 시작했고 2박3일 열심히 걸어다녔다.
무거운 짐들은 모두 형들이 졌을테니 난 가벼운 베낭 하나를 메고 쫄래쫄래 노고단과 뱀사골로 해서 천왕봉까지.
그렇게 종주를 했고, 그리곤 잊혀졌다.
몇년전 재우와 규남이가 지리산을 가자고 했는 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같이 가지 못했다.
그닥 좋은 핑계는 아니었을텐데 그렇게 함께 하지 못했었다.
그리곤 계속 머리속에 가봐야지, 가야겠다는 생각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그렇게 몇년을 보내면서 그런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았다.
사진을 취미로 가지면서는 참 건성건성 찍었었다.
그러다보니 참 잘 못찍는다.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 늘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들내미를 하도 찍어대서인지 최근에는 아주 조금 실력이 향상되서 가뭄에 콩나듯 괜찮은 사진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남들을 찍어주는 건 이상하게도 아직 어색하다.
천천히 고려하면서 찍는 게 아니라 좀 급하게 찍느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실력이 미천해서이기도 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지난 겨울에는 호평동에서 그리 멀지 않은 두물머리와 소화묘원에 몇차례 사진을 찍으러 갔다.
해돋이와 아침 물안개등을 찍으러. 근데 늘 부족하게도 게으름으로 말미암아 모자른 사진들이 하드를 채워가고 있다.
그러다가 얼마전 부터 지리산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의 몇년 전의 아쉬움까지 겹쳐야 되도록 빨리 실행에 옮기고픈 마음이었다.
되도록 날이 추워야 하늘이 깨끗하고 선명하니까 추울 때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마침 와이프 워크샵도 있고, 샌드위치 휴가도 낼 수 있는 때라 미리 연차도 내고.
2주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필요한 장비들을 알아보고 가야할 루트도 고민하고, 회사내에 산악인에게 조언도 구하고.
처음엔 장터목 대피소로 해서 천왕봉까지 올라가려했으나 예약날짜를 하루 이틀 미루다가(갈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다가)
장터목 대피소 예약을 못했다. 순간 포기해야하나 싶었지만 다행히 로타리 대피소는 자리가 남아서 그쪽에 예약을 했다.
그리고 루트도 새로 조정을 했다. 최대한 1박 2일로 끝내야 하기 때문에 상세히 알아봤고 결정했다.
집에서 출발해서 8시 전에 남부터미널에 도착해서 8시엔 진주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를 타고 출발.
예상버스 시간은 3시간 35분이고 거기서 중산리 분소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20분 정도 이동.
중산리버스 정류장에서 중산리 매표소까지는 15분정도 걸어가고 중산리 매표소에서 로타리 대피소까지 2시간가량.
그리고 로타리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는 2시간가량 소요.
내려올땐 마음 내키는대로. 진주시외버스에서 예약하긴 했지만 개의치는 않았다. 유선상으로만 예약한거라.
이정도의 일정을 예상하고 출발을 했는데, 중간중간 현장사정에 따라 그리고 갑작스런 돌발 변수에 의해
시간이 더 걸리는 상황이 여러차례 발생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