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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2

여행 2011. 3. 13. 16:24

1915미터 천왕봉 정상.


드디어 출발했다.
늘 가고싶어하던 지리산 정상 등반을 시작했다. 와이프 워크샵을 틈으로 부모님한테도 회사 때문에 늦는다고 얘기하고 준성이를 하루 더 부탁하고 회사에는 연차를 내고 이렇게 준비해서 막 진주시외버스터미널을 향해서 남부버스터미널에서 9시 30분행 버스를 탔다. 전문 산악인인 부인 오빠(호칭은 처남인데 참 어렵다)에게 코펠, 버너, 등산가방, 신발까지 빌리고(새신발보다 헌신발이 훨씬 편하다고 하여), 지팡이, 우비 등은 와이프 것을 가져가고, 나머지 양식거리나 카메라장비도 챙겼다.
이번 산행은 정상 등반과 사진촬영이 가장 큰 목적이기에 그 장비들이 무게의 반을 차지한다. 바디에 여유분의 렌즈에 삼각대, 릴리즈, 보조배터리까지. 후레쉬와 세로그립 등은 제외시켰는데도 무게가 만만치 않다. 그외의 짐들은 한껏 줄였는데도 정작 어깨에 매보니 무게가 내 몸무게를 들고 있는 느낌이다. 역시 이런거에 전문가가 필요한건데 좀 안이하게 시작한건 아닌가 걱정도 되지만 어차피 출발한거니 열심히 걸어볼란다. 기본적인 법칙, 무거운거는 위로 가벼운거는 아래로라든가, 자주 꺼내야 할건 입구 가까운곳에라든지 그런건 지켰으니 큰문제는 없지않을까 싶다. 이제 잘 정리해서 오르는 일만 남았다.


짧고 굵은 1박 2일 이 끝나가고 있다. 어제아침 와이프 출근 버스를 타고 삼성역까지 가서 거기서부터 지하철을 타고 시작되었다. 처음 생각은 8시쯤 남부터미널에서 진주행 버스를 타는 것이었으나 별 생각없이 9시 30분차를 탔다. 좀 늦어졌을 뿐이라고 여겼는데 로타리 대피소에서 못잘뻔 했기에 조심해야한다. 대피소까지 5시전에 입실을 해야하는데 규정을 못봤던 것이다. 다행히 중산리 입구에서 이상한 사람과 같이 가는 바람에 들어갈 수 있긴 했지만 말이다.


진주터미널에는 1시10분에 도착했고, 거기서 중산리 가는 버스는 한시간 간격으로 있었다. 2시까지 기다려서 승차했는데, 중산리를 가는 좋은 방법은 진주톨게이트를 나오면 바로 원지역에서 한번 승객을 내려준다. 거기서 기다리면 진주터미널에서 출발한 중산리행을 탈수 있다. 운이 좋으면 약 1시간 이상 단축할 수 있다. 어쨌든 진주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점심을 먹으려다 속이 안좋아서 포기했다. 바로 버스를 타고 1시간 가량을 이동해야 해서 안먹고 걷기 시작전에 먹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중산리에 도착해서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다가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 로타리대피소를 예약했고, 다음날 새벽에 천왕봉까지 가는 일정이 같았기에 그 사람과 1박2일을 같이보냈다. 하지만 별로 재미없는 사람이었다. 원래 바다를 좋아하는데 텔레비전에서 1박2일을 보고 설악산 여행을 시작했고 산행이 재밌어져서 지리산행까지 하게 됐다는것.

원지를 들러서 산청까지 올라간다


가는 방향이 같아서 동행을 했을 뿐 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입구에서 밥을먹고 중산리매표소까지 갔는데 그곳에서 입산을 통제하여 대략 난감했다. 매표소에서는 5시전에 대피소에 도착해야하는데 벌써 네시이니까 그시간까지 갈수 없다는 거였다. 깐깐한 젊은 친구랑 티격태격 하고 있는데 다행히 나이든 관리소 직원이 와서는 예약했으니 올려보내주라해서 출발할 수있었다. 하마터면 출발도 못하고 되돌아 올 뻔 했다.

칼바위. 로타리 대피소까지 3/4 지점쯤 된다.


중산리 매표소에서 로타리 대피소까지 2시간 코스로 되어있는데 쉬엄쉬엄 가다보니 대략 3시간이 걸렸고 7시가 거의 다 된 시각이었다. 예약확인후 들어갔더니 8시면 실내 소등한다는 얘기에 바로 휴식도 못취하고 법계사(대피소 옆이 바로 절이다)로 물떠오고, 코펠과 버너를 준비하고, 가져간 사발면을 꺼내고, 햇반은 하나 구입해서 저녁 준비를 마쳤다. 그 사람은 잘 먹어야 된다면서 1회용 제육볶음을 사와서 라면을 끍이고 햇반에 제육볶음을 볶아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라면까지. 그동안 난 저녁식사를 끝냈고, 구경하고 있는 데 대충 먹다가는 맛없다고 반 정도는 버렸다. 실제로 제육볶음 맛이 별로였다. 검증되지 않은 걸 왜 싸왔는지. 일반쓰레기는 다 가져가야 하는데 다행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곳은 있어서 그곳에 버리는 게 가능했다.

저녁을 마치고 별사진 찍을 준비를 했다. 토, 일 날이 안 좋을거라해서 걱정했는 데 비가 오기 전, 날이 맑아서 별사진도 찍을 수가 있었다. 무겁게 들고간 삼각대와 릴리즈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초반에는 영 안 찍혀서 고생을 했다. 셋팅을 이것저것 바꿔보니 다행히 좀 맞는 게 있어서 한 두장의 사진은 건질 수 있을 거 같다.

여기는 삼태성


별사진을 더 찍고 싶었으나 내일 아침 일출을 보려면 4시전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잠자리를 청했다. 하지만 잠이 잘 오진 않았다. 2000원을 내고 이불을 두개 구입해서 깔고 덮고 하는 데도 실내가 춥진 않았지만, 바닥은 추웠고 약간 한기가 올라오는 정도였다. 내피를 입었는데도 좀 춥다고 느껴져서 잠바까지 입을까 고민하는 사이 잠이 들었다. 그리곤 슬몃슬몃 잠이 여러차례 깼다. 이상하게도 요즘 낮잠을 잘 못자고 밤에도 잠이 좀 부족해진 걸 느꼈는데, 자리까지 바뀌니까 더욱 심해진 것 같았다. 그러다간 어느새 네시가 되었고 밥을 안 먹고 출발하기로 생각하고 짐을 다 꾸렸다. 젊은 친구 3명이 한팀이 있었는 데 어디서 들은건 있었는지 아침에 삼겹살을 열심히 구워먹고 벌써 치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4시 20분경 로타리대피소를 출발하여 천왕봉을 향해 걸었다. 대략 일출시간은 7시 10분경이고, 정상까지는 2시간 가량이 걸린다고 해서 여유있게 출발하였다. 겨울의 끝자락이고 해가 많이 비치는 지역이긴해도 고도가 높고 군데군데 해가 들지 않는 곳이 있어서, 눈이 쌓여있는 곳, 얼음이 있는 곳 등이 꽤 많았다. 그리고 경사도가 심한 구역도 꽤 있고. 그리고 내가 헤드랜턴을 안 가지고 가고 손전등만 가져갔더니 무지하게 불편했다. 후레쉬와 스틱을 같이 쥐고 전진하려니 발을 딛는 곳에 불을 비춰줘야 하고 스틱도 앞으로 따라나가고 해서 조심조심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젠도 처음 차보는 거라 불편하게 매져있고, 중간중간 눈이 없는 돌비탈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하산할 때 또 아이젠은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틈틈이 쉬어가면서 꿋꿋이 올라가니 드디어 정상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 그리곤 정상에 막 도착하려는 찰나 사람들이 탄성을 불렀다. 어!! 일출시간보다 10분가량 빠른데 일출이 시작된 것이다. 빨리 가방 내려놓고 사진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셔터를 눌러댔다. 드디어 천왕봉에서의 일출을 감상하는구나!!!!!!!!!!

실제는 더 감동적이었는데.. 부족한 사진이 아쉽다.


천왕봉은 사방이 뚫려 있어서 추웠다. 바람도 많이 불고. 안에 오리털을 하나 더 껴입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오고가는 사람이 많았다. 나처럼 로타리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반대편 장터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로 토요일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다. 산악회에서 온 사람들도 있고, 친구들끼리, 가족들끼리, 그리고 삼촌과 조카. 나처럼 혼자 온 사람도 간혹 보였다. 같이 올라갔던 사람은 먼저 내려가고 나는 대략 2시간가량 그곳에서 있었다. 그리고 커피도 한잔 얻어먹고. 그렇게 여러 사람들이 이곳을 스쳐 지나갔다. 다들 무거운 가방과 등산장비 등산복과 등산화 등을 신고있는데 한무리의 재미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높은 정상에서 검은색 양복과 구두를 신고 사진을 찍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네다섯명쯤. 천왕봉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에 개인별 인증샷등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재미있게 한참을 구경하다가 이곳저곳 사진을 찍고 물도 마시고 가지고간 맛밤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내려가고 없었다. 그 친구들이 남아있는데 그곳에 한 무더기의 짐이 있었다. 그리곤 주섬주섬 갈아입기 시작하는 거다. 이제보니 이곳에서 그 복장으로 사진을 찍기위해 일부러 정장과 구두를 가져온 것이었다. 참 재미있는 친구들이었다.

재미있는 청년들.



설명서



생판 모르는 사람이다. 메일로 보내줌.



맑은 하늘


어디로 내려갈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가보지 않은 길로 가보기 위해 장터목쪽으로 향했다.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해서 간식거리를 다 꺼내서 먹고, 라면은 먹지 않았다. 코펠과 버너를 꺼내고 끓여 먹고 다시 챙기고 한다는 게 참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식거리들로 배를 채웠다. 그곳에 도착하니 중산리부터 같이 올라갔던 그 사람이 아직 그곳에 앉아있었다. 밥을 해 먹고 잠시 쉬는중이라고. 나보다 먼저 내려갔던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게 있었고, 난 다들 떠날 때쯤 도착을 한거였다.

장터목 대피소. 작아보이는 데 150명까지 숙식가능.





천왕봉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는 혼자 서둘러서 내려왔더니 한시간 10분가량 걸렸다. 그리곤 휴식을 취했다가 다시 출발. 장터목에서 백무동까지 내려오는 길이 힘들었다. 목표지점도 끝내고 하니까 긴장하며 갔던 마음도 풀어지고 해서인지 몸도 더 무거워지고 짐도 더 무겁게 느껴지고, 조금이라도 빼서 가벼워졌을텐데도 말이다. 내려오는 경사도 만만찮고 눈길도 많고, 한 세번정도 넘어질뻔 했다. 한 번은 다행히 나무를 잘 붙잡았고, 한 번은 스틱으로 잘 버텼고, 한 번은 넘어지긴 했는 데 엉덩방아만 찧어서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돌아 무릎을 부딪히면서 좀 까진건 생겼지만, 위험한 고비들을 잘 넘기고 약 4시간 가량을 걸어서야 백무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휴식도 많이 취하고 샘물에서 노가리도 좀 하고 그러느라 좀 더 지체되긴 했지만, 어쨌든 경로에 나와있는 시간보다는 늘 더 걸리는 것이었다. 3시쯤 백무동에 도착해서 산채비빔밥을 먹고 4시발 동서울행 버스를 타고 드디어 집으로 왔다.

정상에서 찍은 셀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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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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