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각 오전 3시 16분.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건 참으로 오랜만이다.
11시쯤 티비를 보면서 잠이 살짝 들었는 데
티비 소리에 깨고 나선 커피가 마시고 싶어져서 커피를 마시곤
아직 잠을 안 자고 있다.
덕분에 오랜 만에 글도 쓰는 중.
한창 여름을 힘겹게 보내고 나니 내가 너무 불쌍해져서
5일 휴가를 한꺼번에 써버렸다.
그렇게 하다보니 양쪽 주말, 휴일이 겹쳐지면서
무려 9일간의 연휴가 되버렸다.
지금은 그중의 4일에서 5일로 넘어가는 사이. 딱 중간이다.
마침 중간 점검용이 되어버렸군.
휴가의 시작이랄 수 있는 금요일은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 관계로
그럭저럭 보내고, 토요일은 어딘가로 출발하기엔 밀릴거 같아서,
그리고 애인이 워크샵에서 돌아오는 날이라 바로 출발하기엔 무리가 있었던 고로
일요일 오전에 출발해서 강원도 고성으로 휴가를 갔다.
2박 3일을 보내고 오늘, 벌써 어제가 되어버렸군, 도착.
회사 사람이 콘도를 회원으로 예약해줘서 저렴하게 전망좋은 곳에서 보내다 왔다.
출발하는 날 무언가를 잘못 먹었는지, 애인이 계속 아팠다.
약도 먹고 손도 따고 밥 대신 죽을 먹고 해봤지만, 휴가 내내 아파해서
고생했는 데 다행히 돌아오는 날은 좀 나아진듯.
하지만 집에 돌아가서는 아직 안 좋은 상태..
근처에 해양박물관이 있고, 곳곳에 큰 해수욕장들이 있고,
통일 전망대까지도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지만
한 곳도 둘러보진 않았다.
몸이 안 좋아서 열심히 돌아다니거나 하진 않았지만,
딱히 여기저기 막 구경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기에
그리 불편한 건 없었다. 그리고 조금씩 상태가 호전되었고,
날씨도 썩 좋아서, 가지고 간 자전거는 잘 타고 돌아다녔다는 거.
화진포 해수욕장에서 멀지않은, 김일성 별장과 이승만 별장이 근처에 있는
호숫가 주위를 한바퀴 돌았는데 호수가 워낙 커서 돌진 못했다.
점심은 그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막국수를 먹었는 데
유명세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한 맛.
막국수 국물을 동치미 국물로 말아먹는 데 딱히 맛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메인 메뉴인 막국수보단 부수적으로 시킨
두부가 더 따끈 쫄깃해서 맛있었다.
거기 이름이 화진포 봉평 막국수 던가.
3대째 한다던데, 쭉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은 한계령이 수해로 복구 중이래서 돌아왔는 데
그길이 미시령인지는 잘 모르겠다
갈때는 진부령을 지나갔고, 올때는 같은 길이 아닌걸로 봐서는
미시령이 맞는 거 같긴 한데 영 확실치는 않다.
출발전 유부초밥을 준비해서 미시령 쯤 상당히 높은 곳에서 바위에 걸터앉아
물과 같이 먹은 맛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과 산속 깊은 경치와 적당히 고픈 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그러한 것들이 어우러져서 최고의 식사는 산 중턱에서 하고 왔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집에서 뒹굴뒹굴 하면서 이것저것 정리하면서 하루를 보내지 싶다.
하루정도는 빡시게 자전거를 타고 싶고,
하루정도는 사진을 찍으러 나가고 싶고,
나머지는 이제 푹 쉬어야지.
몸이고 정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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