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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마을

여행 2007. 3. 18. 22:56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분당 매화마을이다.
1년여를 살고 있지만 조만간 이사갈 예정이라는 것.
이 얘길 시작하려고 한게 아니라 문득 생각이 났다.
내가 사는 곳도 매화마을이라는 것.
하지만 매화나무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

지난 금요일에 회식이 있었다.
임원진들 인사이동 후 떠난 사람과 온 사람들을 환영하고
환송하기 위한 자리.
1차에 회를 먹고 2차로 가기 위한 분리작업중(?) 나도 자리를 떴다.
그리곤 시작된 오랜만의 나들이.

차를 갖게 되고 훌쩍 떠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약 8개월동안 한번도 그러한 짓을 하지 않았다.
뭐가 바빴던건지, 아님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건지..

그래서 급 나들이를 시작했다.
10시쯤 회사근처를 떠나서 네비게이션에 매화마을을 찍고 달리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열심히 달리는 데 낮에 피곤하기도 했고,
회식자리도 불편했던지 피곤이 급작스레 밀려오는 바람에
더 이상 갈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가장 가까운 ic에서 빠져서 숙박을 하러 간 곳이 청주.
내가 대학을 다닌 곳이다.
재미도 있었고 아쉽기도 한 곳. 게다가 지금은 대학 친구들을 하나도 만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아쉬움 중 가장 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톨게이트를 지나서 들어가는 입구엔 벚꽂나무가 쭈~욱 길게 서있다.
벚꽂이 만발한 시기에 가면 장관이기도 하지만, 내가 이곳을 기억하는 또 다른 하나.
대학 입학하기전 이곳에 아는 누나가 놀러오라고 해서 토요일에 내려가는 데
가는 중에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거다.
길게 늘어선 나무마다에 눈꽃이 피기 시작했던 그 아름다웠던 장면이 기억에
깊이 새겨져 있기도 한데, 돌아오는 길에 그 눈 덕분에 서울까지 오는데
6시간이 걸려서 강남 터미널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집에 왔던 난감한 순간이..

청주 가경 터미널 근처 모텔에서 하루밤을 투숙하고,(묘한 경험을 하기도..)
다음 날 아침 샤워를 하고 본격적으로 출발.
경부를 타고 가다가 88올림픽 고속도로와 교차되는 중부로 갈아타야하는데
길을 빠져 들어가야 할 때를 놓치는 통에 한 30분을 날로먹고,
다시 돌아서 추부 ic를 통해 중부로 갈아타고 열심히 달렸다.
이 길이 참 전경이 좋다. 충청도를 지나 전북을 지나면서 산등선등선을 가로질러서
길을 내놓다 보니 주변 경치가 장관이다. 전북 무주를 지나면서는
이곳에 꼭 한번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이곳저곳 풍경이 무주구천동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게 아니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전북을 지나면 경남 하동으로 들어가는 데 그곳 사천 휴게소에 잠시 쉬어서
화장실도 가고 얼마 남았는지 가늠도 해 보고, 지도도 하나 받아보고,
그리곤 마지막 종착지를 향해 출발.

실제 본 섬진강은 익히 들어왔던 섬진강의 모습과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섬진강하면 한강과 낙동강 다음으로 큰 강으로 그에 버금가는 위용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한강과 낙동강에 비하면 상당히 작고 수심도 얕고
바닷물이 유입되외서 갈매기가 날아오기도 하는, 조금 실망스럽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한 강이었다. 하지만 강변으로 잘 닦아놓은 길은 섬진강의
경치를 둘러보기엔 더 없이 좋게(?) 잘 포장해 놓았다.

경상도 하동을 지나자마자 나오는 전라도 광양은 사투리도 조금은 특이하다
전라도 사투리 같기도 하고, 말하는 투에서 보면 슬몃슬몃 경상도 풍의
느낌도 느껴지고, 경계를 알 수없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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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시작되는 매화축제라기에 좀 어수선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벌써 11회를 지내온 만큼 적절히 준비를 잘 했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마을을 얼마 앞두지 않아 길이 막히는 곳부터 차를 정렬시키기 위해서
경찰 아이들과 동네 어르신들이 나와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고,
차들이 급히 몰릴 것을 예상해 강 주변에 주차시설과 야시장과 공연세트를
만들어 놓곤 셔틀버스를 운행시켜 수송객들을 실어나를고 있었다.
나도 그틈에 껴서 셔틀버스를 타고 마을로 올라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매화 내음은 매화마을이라는 명칭이
절대 어울리는 곳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행사를 위해 여기저기 인위적으로 가꾸어 놓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지금까지 되어왔던 모습들이 느껴졌던 게 길이 닿는 곳곳
구석구석마다 많은 곳은 많게, 적은 곳은 적게 그렇게 매화나무 꽃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발길이 닿는 곳마다 매화 내음을 구석구석 느낄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꽃구경을 하고 산등성을 따라 길이 나지도 않은 길을
마른 나뭇잎들을 헤쳐가며 끝까지 올라갔는 데 마을 전체와 섬진강변을
모두 볼 수 있는 확 트인 시야 덕에 역시 고생해서 올라온 보람이 있다는
자기 만족에 빠지며 구경을 했지만, 아쉬웠던 건 전체적으로 날씨가 좋지
않았던데다가 기껏 올라갔더니, 비가 오기 시작하여
좀 더 쉬었다가 내려오지 못하고 바로 후다닥 내려와야 했다는 것.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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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구경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차들도 많기에 셔틀버스를 기다리느니 마을 구경도 할겸
걸어서 주차한 곳으로 오기 시작했는데
마을 구경 겸 매화향기 내음을 맡기 위해 열심히 걸었지만,
매화향기보다는 자동차 매연에 중독되어 버리는 단점이 노출되기도.
게다가 차로 가서 썩 멀지 않을거라 예상했던 거리가
약 1시간을 걸어서야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거.
신발이 불편했으면 쥐약이었을 듯.

그렇게 급작스러웠던 1박2일의 여행을 마치고 어젯밤에 새벽 1시에 돌아와서는
피곤에 바로 잠이 들었는데, 아침 6시 반에 잠이 깼다는거.
요즘 왜이런지 잘 모르겠지만, 전날 엄청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푹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몸이 계속 피곤한 상태.

회식때 회를 잘못 먹었는 지 이틀내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머리아프고 배아프고, 컨디션이 영 아니었다.
소화제를 먹고 해봐도 잘 안되던게 어제 저녁에서야 손을 따고
집에와서 매실액을 마시고 잤더니만 이제서야 속이 편한 느낌
지금은 엄청 배고프다.

토요일에 창욱이형 집들이를 한다고 했는데 거기 못가봐서 미안하게 된 것.
선기 결혼할 사람이랑 같이 만날 수 있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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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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