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바뀌는 세상 중에서 큰 변화중 하나가 애경사에 대한 초대나 참석여부가 될 수 있겠다.
예전에는 그런 부고나 청첩장을 받으면 으레 가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는 데,
올해는 이런 의식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특히 지금과 같은 2.5단계니, 3단계니 고민하고 있고, 5인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어떤 애경사건 참석해야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 부고, 청첩장에 계좌번호라도 있으면 그 계좌로 성의 표시(?)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싶다.
그런데 이게 상황에 따라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만큼 친한 사이인가에 따라서 부조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얼마를 해야 하나 고민하게 마련이다.
예전 개콘에 그거 딱 정해주던 개그 프로그램도 있었듯이, 상당한 고민거리임에 틀림없다.
부고나 청첩장에 계좌번호가 있는 것은 난 당연히 찬성이다.
그게 없으면 어떻게든 찾아보게 되는 수고로움을 할 수밖에 없다. 적혀있으면 그것으로 편리하다.
다만 이 사람과의 관계가 문제일 수 밖에 없다. 회사에서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등 차이에 의해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게 된다.
나랑 같이 지낸적이 있거나, 어느 정도 친밀도를 갖고 있으면 온라인 부조를 하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안볼 사람이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한 두달 전쯤, 친한 친구의 와이프의 어머님이 급작스럽게 돌아가셨다.
말도 안되게 비브리오패혈증으로 돌아가셔서 슬픔이 컸었다.
일년에 몇번씩 만나고, 되도록 1년에 두번쯤은 가족끼리도 만나고, 1번쯤은 여행을 하고
그런 친구다 보니 평상시 같으면 모임 멤버 모두 참석했을 상황인데,
코로나 시국이나 보니, 두 친구는 회사때문에 못오고, 한 친구는 다른 일 때문에 못오고 하다보니
나는 와이프와 가고 다른 한명의 친구하고 셋만 만나서 원자력병원 장례식장에 찾아갔다.
가야겠다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 주변 상황을 좀 개의치 않고 가게 된다.
다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까지 굳이 갈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 코로나 이후의 변화된 삶에서 우리는 애경사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가까운 사람과 행사를 치뤘으면 좋겠다.
나중에 내 자식의 결혼식에 내 자식을 보고 싶어할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이 아이를 알고 있는 가족 친지와 아주 가까운 친구들 외에는 올 이유가 없다.
회사 사람들은 정말 가까운 몇 명외에는 연락할 이유가 별로 없다.
이 아이를 알고 있지 않은 데, 올 필요가 없겠다 싶다.
내가 죽으면 어떨까?
애도해줄 사람이 누굴까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관계를 갖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만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만이 애도해 주지 않을까?
그런데 내가 죽었는 데, 거기에 참석한다. 이것도 사실 고민해 봐야 할 꺼리이긴하다.
마음으로 기리면 되지.
고민거리 중 하나는 부모님의 부고쯤이 되지 않을까?
부모님의 부고에 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그것이 필요할까?
우리 부모님을 뵌 적도 없는 데?
부모님을 잃은 나의 슬픔을 같이 나눠주는 것. 그건 꽤 동의한다.
그래서 아주 가까운 사람 정도만 같이 슬픔을 나누고, 술도 한잔 하면서 위로하고,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내가 쓸데없는 고민을 너무 많이 하는 건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들은 필요하지만,
부조를 했으니 부조를 하는 시대.. 이런건 좀 변해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상부상조의 정신이 좋은 거긴 한데, 그건 어쨌든 과거에
무언가 부족할 때,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인데,
지금의 시대에도 똑같이 필요한 것일까?
시대가 변했으니, 거기에 맞춰서 좀 더 유연하게 처신해도 될 거 같은데
그렇게 변하는 건 요원한 것인가?
하지만, 조금씩조금씩 그 변화의 물결이 시작되고 있었고, 코로나가 조금 더 앞당기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참석을 위한 참석, 얼굴 도장을 위한 참석 이런 것들은 앞으로 지양해 나갔음 좋겠다.
내가 주는 건 예의라고 생각해서 주는 데, 나는 안 받아도 된다.
뭐든지 나는 좀 조용히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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