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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토요일의 출근

다양한 2013. 11. 24. 13:01

토요일 아침은 전쟁이다.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좋은 점은 바쁜 아침 출근 시간에 아들 유치원 출근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토요일은 준성이를 유치원에 출근 시키는 건 아니지만, 온가족이 호평동에서 국민대에  9시까지 와야되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이 시간이 전쟁이다.

5일간 유치원에 가다가 토요일에 되면 준성이 입장에서는 엄청 느긋하다.

그래서 엄마 핸드폰으로 또봇을 틀어놓고 침대위에서 뒹굴뒹굴하며 누워있는다. 그런 아들을 우선 내버려 두고 우리는 씻고 아침 준비를 한다. 꼬박꼬박 아침밥을 먹는 나와 아들을 위해서 서둘러 준비를 하고 준성에게 먹으라고 아무리 다그쳐도 이 녀석은 느긋하다. 보던 또봇을 마저 보려고 하는 준성을 몇 번이나 불러보지만 미운 5살이라 대답조차 안 한다.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다가 결국은 침대로 가서 핸드폰을 뺏고 나서야 대답도 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다. 울면서.. 우는 애를 무작정 다그칠 수도 없어서 서둘러야 된다는 걸 설명을 하지만,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어쩔 수 없이 좀 더 목소리가 커지고서야 데려다가 밥을 먹을 수가 있다. 오늘은 밥이 많지 않아서인지 입맛에 맞는 반찬이 있어서인지 밥은 열심히 먹는다. 다행히 1등놀이로 1등을 하고 식사를 마칠 수가 있었으나 여전한 난관은 옷 입기.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이 아니면 안 입는다고 떼를 엄청 쓴다. 벌써 날씨가 추워지다보니 내복부터 입혀야 되는데, 사실은 팬티부터 하나하나 자기가 좋아하는 거 아니면 무조건 땡깡이다.

이거 입자’.. ‘안입어’.. ‘이거 입자’.. ‘안입어’.. ‘이거 입자’.. ‘안입어’.. 결국은 지가 가서 고른 옷을 들고와서야 하나하나 입기 시작한다. 엄마는 새로 사온 옷을 입히고 싶어하지만, 새로 사온 옷 대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마다하는 준성이는 결국 엄마를 삐치게 만들고서야 자기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 그리고 초록색 옷을 들고 온다. 내피도 안 끼우고..

그러는 와중에 나는 지하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가지고 올라오면,간신히 애를 데리고 1층 현관을 나오고 있다. 엄마는 벌써 지쳐있고, 준성은 룰루랄라 하면서 내려온다. 아침에 엄마 아빠랑 나가는 게 즐거운 준성이다.

 

차에 타고 출발을 하면 휴~~~~~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늘 빠듯하긴 하지만 15분 전에는 도착할 수 있다는 생각과 대충 전쟁을 마쳤다는 안도감에..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출발하면 다행히 토요일 오전히 구리에서 국민대로 넘어가는 북부간선은 거의 막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8월말부터 토요일마다 이런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일주일에 단 하루임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아마도 아이와 셋이 살면서 이렇게 맞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분명 금방 포기했을 것 같다. 힘들더라도 혼자 벌어서 부족하면 부족한데로 사는게 훨씬 나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여유로운 생활은 당연히 못했겠지만, 매일 반복되는 스트레스에 가정의 평화가 깨지는 것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평상시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놓고 출퇴근을 하는 맞벌이 부부는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일까 생각이 든다. 가까이는 옆 동에 사는 재우네 부부부터, 선기네, 연규네, 회사에도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꽤나 많은 데 말이다. 남들 다하는데 그렇게 유난을 떤다고 치부할게 아니다. 그렇게 쉽게 남들 다하는 거 같지만, 그 남들조차도 온갖 힘들고 어려운 것들을 참아가면서 간신히 간신히 꾸역꾸역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하고 있는 거다.

어른들은 애 셋넷 낳고도 다 그렇게 살았다고 얘기하는 데 그래서 행복도가 떨어졌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때는 단지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거대 이슈가 존재했기 때문에 그것만 해결된다면 아이들은 사실 저절로 크는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의 행복이 중요한 시대이고, 그래서 그에 대한 복지가 많아져야 하는 건 분명하다. 그래야 능력있는 여성들도 훨씬 많이 사회에 진출하고, 결혼이니, 출산이니 하는 것도 당연히 늘어날 것이다. 그런 밑바탕이 부족한 사회는 당연히 퇴보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대단함은 그런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해 내는 능력이 세계 최고라는 거다. 출산율 세계 꼴찌이고, 갈수록 경제성장도 뚝뚝 떨어져가고 노인인구는 급속도로 세계 최고를 향해 가고 있지만 위기 상황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단결하고, 이겨내는 건 충분히 잘 해내리라 본다 그런게 또 한국인의 능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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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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