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을 갔다 .
20 년만이다 .
어렸을 때 아팠고 , 고등학교 때 아팠고 , 대학교 때 아팠다 .
그리고 , 이후로 늘 조심했다 .
회사를 다니면서부터는 늘 조심했다 . 휴가 외에는 지각이나 결근은 없었다 . 다만 몸이 급속도로 안 좋을 때는 얘기하고 현장마치고 퇴근 하는 경우는 있었다 . 현장 근무라 그 정도의 편의는 봐준다 .
수요일에 야간검사인데 , 그날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아이 학교 보내면서 와이프와 ktx 타고 대구를 갔다왔다 . 볼일을 보고 점심을 먹는 데 , 일처리 하는 담당자가 얼토당토 않은 얘기를 해서 한참을 싸웠다 . 그 앞에서 보고 있던 와이프가 밥도 제대로 안 먹고 , 그걸 보고 있는 나는 나대로 화가 나고 , 그러다가 여기저기 통화해서 다행히 마무리가 되었다 .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ktx 를 타고 돌아왔다 . 좀 잠이라도 푹 잤어야 했는데 , 옆자리에서 코를 고는 덩치 좋은 아가씨 덕분에 잠을 거의 들지 못했다 . 자려다깨고 자려다깨고 , 다행히 와이프는 옆에서 잘 자고 일어나는 바람에 1 시간 30 분의 꿀잠을 잤다 . 나는 제대로 잠을 취하지 못하고 .
서울역에 도착해서 아이의 겨울 패딩을 사기 위해 롯데아울렛으로 갔다 . 거기서 아이 패딩 두개를 고르고 , 아버지 옷도 하나 필요할 거 같다며 하나 고르고 , 곁다리로 나도 내피 하나 고르고 , 와이프도 오사하나 사고 이것저것 2 시간 정도 쇼핑을 했다 . 지하철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와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 잠깐 5 분 정도 앉았다가 야간검사를 하기 위해 CJ ENM 을 갔다 . 사람들이 퇴근 이후 검사를 진행할 수 있어서 현장에서 야간 검사를 요청해서 주간에 쉬고 야간에 검사하고 , 다음날 오전까지 쉬고 , 반차를 더해서 다음날까지 쉬는 구조로 52 시간으로 바뀌면서 체계가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 그렇게 야간검사를 진행하는 데 , 9 시 30 분쯤부터 갑자기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는 데 ,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느껴졌다 . 후배 파트너에게 얘기하긴 했지만 어쨌든 내가 제일 선임이고 해서 뭔가를 이것저것 계속 결정하고 , 진행을 이어줘야 하는 상황이고 , 후배 아이는 아직 무언가를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 조금조금 휴식을 취하면서 후배에게 뭔가를 시켜가면서 움직일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건 해 가면서 그렇게 일을 그럭저럭 마무리 지었다 . 빨리 진행한다고 했는 데 , 불구하고 12 시가 넘었고 , 수유리 사는 후배 아이는 집으로 가려면 택시를 타야할 상황이었다 . 파트너를 버릴 수도 없고 , 택시를 태워 보내기도 별로여서 차를 내부순환로 타고 데려다주었다 . 새벽시간이라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 그래도 생각보다는 먼 거리였다 . 여차저차해서 집으로 돌아오니 언뜻 2 시가 다된 시간이었다 . 아픔은 좀 남아서 찜질팩으로 배를 감싸면서 잠이 들었다 .
다행히 쉬는 날이라 집에서 아침먹고 점심은 오랜만에 애매한 시간 (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많아서 혼자서 먹기엔 민폐라 이시간을 이용한다 ) 에 홍은손칼국수 가서 먹고 서대문우체국 가서 와이프앞으로 와있는 등기와 내앞으로 와 있는 등기를 같이 찾고 , 아이 하교 시간에 맞춰서 학교 앞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이비인후과로 갔다 . 감기로 고생하고 있는 아들인데 꼭 코감기로 잘 낫지 않아서 이렇게 환절기마다 오랜 시간 고생을 한다 . 저번에는 초장에 잡아서 항생제 없이 한번에 먹고 끝냈는데 , 이번에는 열흘 넘게 항생제를 먹고 있으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덥다고 옷을 잘 안 입고 다니고 .
병원하고 다시 약을 받아서 집으로 오니 벌써 5 시 40 분 . 집에 오는 길에 달달한 빵을 사가지고 하나 먹고 , 아이는 다시 태권도로 향했다 . 그렇게 아이를 태권도로 보내고 나니 , 휴식시간 . 와이프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늦게 온다고 하여 아이와 밥을 먹었다 . 목요일은 아들이 저녁으로 라면을 먹는 날이라 , 라면을 끓여주고 , 나는 칼국수를 늦게 먹은 관계로 배가 고프지 않아 저녁을 먹지 않았다 . 그러다가 조금 있다 출출해져서 귤을 조금 먹고 , 와이프는 10 시쯤 들어와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 이날은 별다른 증상없이 잘 지나갔다 .
다음날은 정상적으로 출근하는 날이어서 7 시 40 분쯤 출근 해서 일을 하고 , 컨디션이 아주 좋진 않았지만 ,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기에 정상적으로 일을 마치고 , 사무실로 복귀하고 5 시 10 분쯤 퇴근을 하고 , 집에 와서 가족과 저녁을 먹고 , 평상시처럼 잠자리에 들었다 .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화장실에 갔는데 , 검은변을 보게 되었다 .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 상반기때 한번 그런 적이 있었는 데 , 다행히 별 이상이 없어서 잘 넘어갔고 , 오늘도 그렇게 잘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지켜봤다 . 그런데 한번 보고 , 또 다시 보았는데 , 그때도 똑같은 현상 . 게다가 무엇보다 호흡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 숨이 고르지 못하고 호흡이 가빠지고 , 배도 아프고 .
오늘 금유 송년회가 있어서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는 데 , 운동을 못할거 같아서 , 상태를 지켜보다가 저녁 송년 행사만 참석하려 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그마저도 안될거처럼 상태가 나빠져 갔다 . 완희형님한테 문자를 보내고 , 연락하고 물건만 전달하기로 했다 . 그리고 와이프가 한의원에 가자고 해서 월화수한의원에 갔더니 , 우선 내과를 가보고 내시경을 해보는 것이 좋을것 같다고 한다 . 4 시까지 한다는 동네 내과에 가려고 했는데 , 문이 닫혀있다 . 토요일은 2 시까지만 한단다 . 이런 줄알았으면 , 내과를 먼저 갔을텐데 . 인터넷을 믿고 4 시에 갔더니만 이모양이다 .
포기하고 합정동에 들러서 문화상품권 10 만원어치를 사고 , 에어토리 5 개를 들고 , 파크호텔로 가서 전달을 하고 완희형님 얼굴만 보고 , 집으로 돌아왔다 . 그리고 휴식모드를 취했다 . 그런데 , 갑자기 9 시쯤 화장실로 갔는 데 , 또 같은 현상 , 그리고 호흡은 더 안 좋아지고 , 이제 허리를 펼 수가 없다 . 와이프에게 응급실에 가자고 했다 . 맥주를 두잔 마셔서 운전을 할 수가 없으니 택시를 타잔다 . 그냥 내가 운전할테니 빨리 가자고 했다 . 기본적인 것만 챙겨서 운전을 해서 응급실로 갔다 . 호흡이 계속 힘들어졌다 . 들어갔더니 , 급한 진료상태로 보내고 , 혈압체크하더니 , 응급실에서 간호사 바로 옆자리로 침대가 눕혀졌다 . 그리고 절대안정 낙상주의 . 엑스레이 등도 , 침대를 옮기지 않고 직접 와서 찍는다 . 저혈압이 되면서 움직임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 링거를 세개쯤 맞는다 . 생각해보니 아침에 누룽지 조금 , 점심에 누룽지 정도 먹고 속이 빈 상태다 .
위에서 피가 나고 있는 지 확인해야 한다며 콧줄을 끼워야 한단다 . 잘 안끼워진다고 했는데 , 지금 가장 필요한 시술이라며 꼭 해야 한단다 . 한번 해보고 두번 해봤지만 역시나 잘 안된다 . 더 이상은 안하겠다고 했다 . 의사도 기분이 나쁜지 얘기하다가 가버린다 . 그리고 , 다시 그 의사는 만나지 못했다 . 씨발 !!
그러고 나니 링거 맞는 거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 상태를 계속 체크하면서 더 나빠지지 않는 지 보고 , 있어야 한다 . 입원이 정해지고 담당의사가 정해졌지만 , 일요일이라 나오지도 않고 , 다행히 더 나빠지지는 않고 있어서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 그리고 월요일에 위내시경을 하고 결과가 어떤지를 봐야했다 .
일요일을 그렇게 누워서 지내고 상태는 조금씩 나아지는 듯 싶다 . 위내시경에서도 별게 나오진 않을거 같다 . 위에 피가 났어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 스르륵 치유가 되지 않았을까 . 호흡도 조금씩 안정을 찾고 , 혈압도 조금은 올라갔다 . 80 초반으로 떨어졌던 혈압이 9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 평상시에도 건강검진이나 병원에서 혈압을 재면 늘 90 중후반대여서 늘 낮은 혈압에 대해 조금은 조심을 하고 있지만 , 저렇게 10 정도 떨어졌을 때 , 몸에 오는 느낌으로 이상이 감지되니 , 훨씬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저혈압으로 쓰러지면 약도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 수혈 (?) 정도 .
일요일에 수혈을 하나 했는 데도 불구하고 , 헤모글로빈 수치는 확 높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 부족했으니 조금 보충한 정도 .
월요일이 되서 담당 전문의를 만나고 빨리 위내시경을 직접 진행했다 . 생각했던대로 현재 피가 나는 곳은 발견되지 않았고 , 더 깊이 보려고 했으나 , 식도 부분에 피가 나서 그닥 좋지 않을거 같아서 더 이상 진행하지는 않았다 . 더 깊이 보려면 대장 내시경을 해야하는 데 , 현재 회복 중인 상태에서 굳이 하지 말자고 해서 대장내시경은 진행하지 않는 걸로 마무리했다 . 혹시 다시 문제가 되면 그때 다시 진행하는 걸로 .
월요일 검사를 하고 , 다음날 하루쯤 쉬었다가 수요일에 퇴원하라고 했는 데 , 큰 문제가 없는 듯 해서 , 하루 일찍 퇴원하고 싶다고 했다 . 다행히 그러라고 하고 , 저녁에 미음부터 먹으라고 하고 , 소변줄도 빼고 , 상당부분 환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주었다 .
그렇게 3 박 4 일의 응급실과 병원행은 마무리되었다 . 하지만 퇴원하면서 절대 안정 및 3 일간은 죽을 먹으란다 .
퇴원하는 날은 지리 복탕에 저녁 식사는 준성이가 아빠를 위해 저녁을 사준다고 , 먹고 싶은 거 먹자고 해서 연희동 한정식 집에 가서 거하게 먹었다 . 배불리 먹고나서도 별 이상없이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왔고 , 수면도 잘했다 .
그래서 , 다음날 바로 구로동에 그동안 밀렸던 일 처리하고 , 다음날은 평택에 또 밀렸던 일 처리하고 , 고덕동에 밀렸던 처리하고 그렇게 좀 무리를 했더니 다시 피곤이 밀려온다 . 안되겠다 . 좀 더 휴식이 필요한 거 같다 .
아직은 다음주까지 휴가를 내기 잘했다 . 어쨌든 푹 쉬어야만 듯 싶다 . 자꾸 뭔가를 하려 했는데 , 아직은 내가 생각하는 만큼 몸상태는 아닌 것 같다 . 몸은 휴식을 원하는 데 , 자꾸 몸을 혹사시키니 문제가 발생했는데 , 그랬으면 휴식을 취해야 한다 . 무리하지 말자 . 좀 더 몸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쓰는 것도 줄이고 , 고민하는 것도 줄이자 . 현재는 조금 천천히 긴 안목으로 , 긴 호흡으로 가자 . 급하게 하려다가 체하고 , 체하다가 큰 변을 당할 수 있다 . 분명 누군가가 주는 신호인 것 같다 . 조심하자 .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소용없어진다 .
잘 알잖아 ~! 박시현 !!!!!
덧 . 와이프덕에 이틀간 1 인실에서 있어봤다 . 조용하고 편안하니 좋더만 .
지난번 삼성의료원에서 풀로 건강검진을 받아서 앞으로 그 병원을 이용하려 했는데 , 갑자기 응급실을 가는 바람에 세브란스병원에 많은 진료기록을 남게 되었다 . 현재 상황에서 가장 나의 상태를 잘 아는 곳이 된만큼 앞으로 이곳을 이용하게 될 거 같다 . 담당의사가 소화기내과 정다현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