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제사를 잘 마치고, 15인의 식사를 뒷정리하느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와이프는 그릇들을 정리하고, 나는 쓰레기를 정리하고, 다행히 오늘 재활용날이라 잘 분류해서 가져다 버리면 된다.
바닥도 한번더 청소를 하고, 닦고, 책상위 짐들 다시 제위치를 돌리고, 오전 시간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1차분의 쓰레기를 갖고 나가서 재활용 분리 수거를 하고, 주민센터에 서류를 떼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2차분 쓰레기를 정리하고 나니 벌써 1시쯤.
장마가 시작됐는 지 아침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는 데, 다행히 움직이는 동안은 별로 비가 오지 않았다.
그래도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비에, 지난 번에 눈여겨둔 전집에 갔다.
마침 얼큰 수제비가 있어서 그걸 시켰는 데, 밖에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오는거다.
비가 오니 또 막걸리가 땡겨서, 지평막걸리 하나를 마시며, 수제비 한그릇을 싹 비웠다.
벌건 대낮이고, 어제 전도 많이 먹어서, 수제비 외에 더 시켜먹진 않았지만, 비오는 날 전집에서
막걸리 한 사발에 수제비 한그릇은 별미로 충분했다.
멸치 큰놈이 몇마리 들어가고, 김치로 시원하게 끓여낸 수제비라, 개운한 맛이 좋았다.
점심을 먹고 근처에서 옥수수를 하나 사고, 커피를 마시러 가는 사이 비가 많이 왔다.
다행히 지하철 근처에 상가가 가까워서 후다닥 뛰어가면서 최소한의 비를 맞으며 이동했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2
동네 상가에 커스텀 커피가 있다.
라떼를 좋아하는 내가 유달리 자주 먹는 커피 가게이다.
우유의 고소함이 시중의 커피를 뛰어넘는다.
매니저에게 물어봤다.
'우유가 그냥 우유가 아니고 뭔가 제조한거죠?'
'본사에서 제조해서 가져온 우유로 사용한다'고 한다.
확실히 뭔가 특별한 제조 방법이 있다.
잘되는 가게를 가면 그집만의 시그니처가 있다.
점심을 먹은 그 전 집은 두분이서 계속 전을 부치고 있다. 아까 먹은 수제비도 꽤 매력적이다.
갖 부친 전이 어떻게 안 맛있을 수가 있겠는가?
친구가 하는 쌍문동의 면장우동에는 차가운 붓가께 우동과 자루 우동이 시그니처다.
우동은 따뜻한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자주 생각나는 음식이다. 면발의 쫄깃함은 덤.
홍은동손칼국수는 메뉴가 하나다. 손칼국수. 그냥 이걸로 하드캐리한다.
더이상 시킬 메뉴가 없으니, 들어오는 인원수에 따라 준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정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음식이 나온다.
국물은 계속 끓일 수 있겠지만, 주문 하고 나서 국물과 면을 넣어서 같이 끓이는 거 같다.
부드러운 면발과 뜨끈한 국물이 일품인 집이다.
내가 주로 가는 집들 몇군데만 나열한 건데, 이 곳에는 모두 자기만의 장기가 있다.
그리고 그걸 먹으러 그곳으로 간다.
하나는 쌍문동, 하나는 홍은동, 냉면을 먹으러는 필동, 연희동 등.
시그니처는 절대 그냥 생겨나지 않는다. 한 10년쯤 고생해야 만들어지는 거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그니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지는 법이다.
한번 만들어진 명성은 잘 없어지지 않는다. 명성을 쌓기까지 오래걸려서 그렇지.
어떤 한가지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게 무엇이 될지는 각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하는 게 무엇인지 꼼꼼히 잘 따져봐야 한다. 좋아하는 일이 1번인데, 잘하는 일이 2번이면,
난 2번을 선택해서 잘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하겠다. 잘하는 일이어야 남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은 남들의 시선에 상관없이 나만 좋아하면 된다. 퀄러티가 조금 떨어져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잘하는 일만 꾸준히 잘하고, 그걸로 열심히 돈벌어서 좋아하는 일 하면 되는 거다.
꼭 스스로 잘하는 일을 찾아라!!
#3
1년간의 약세인 주식장에서 어찌어찌 잘 버텨왔는 데, 6월 한달을 못 버티고, 오늘 대부분의 손실을 확정지었다.
내 투자인생의 가장 큰 실책이고, 패착이고, 거의 나락수준이었다.
더이상 버티다가는 최악의 경우, 청산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들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어쨌든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야 다음을 모색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계속 돌리면서, 결국 손절을 했다.
단 2주만에 초전박살 나는 상황에 어떻게 손쓸 겨를이 없었다.
두달전쯤, 주식에서 다 뺀다는 그 친구의 말을 들었더라면 싶었다.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오늘의 실패를 곱씹으면서 다시 내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듯 싶다.
와이프랑 둘이 커피를 마시다가, 와이프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얘기하고 나는 주식 정리하기 위해,
커피가게에 좀더 있다가 들어가겠다고 했다.
와이프도 이해하며, 먼저 집으로 들어갔다.
한시간정도, 대부분의 물량을 매도했다. 정신이 머~~엉 할 정도였다.
내 실수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와이프에게 얼마만큼의 손절을 했는지는 얘기하지 못했다.
현재의 손절은 가슴 깊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 이상의 수익을 낼때까지는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절대 원칙을 지키며,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는 것.
기본을 지키는 투자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뿐이다.
좋은 주식이란, 좋은 회사의 저렴한 가격의 주식이다.
just do it!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