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옛날 한컴 타자연습하면, 엄청 많이 나오던 글이다. 갑자기 생각났다.
정말로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한쪽 손으로는 아무리 뭘 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둘이 싸우면, 둘의 얘기를 다 들어보아야 시시비비를 따질 수 있다.
하지만, 보통 우리는 한쪽 사람 말만 듣기 때문에 상대방은 나쁜 인간으로 취급한다. 언제나 그렇다.
기회가 된다면 상대의 말도 반드시 들어봐야 한다. 그러면 왜 싸움이 일어났는 지 알 수 있다.
그제서야 잘잘못을 가릴 수 있다. 그 잘잘못을 가리는 사람이 판사이고, 다 지가 잘났다고 떠드는데,
그 와중에 중간값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 판사다 보니,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친구가 이혼을 한지 꽤 됐다. 이혼하기 전에 힘들어 하는 이야기를 하면 늘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뭐라뭐라 하기도 했는 데, 어쨌든 결국은 이혼을 했다.
맨 처음에는 와이프에게 늘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다가 질문을 해보면,
원인 제공을 이 친구가 한 것이 밝혀지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이 말할 때는 자신에게 불리한 것들은 쏙 빼고 말하는 데, 이런저런 질문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자세한 내막이 나오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그런 상황까지 가게 됐는 지, 다시 고민하게 된다.
내가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어떻게 해라 조언을 해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상황 설명을 듣고 보면, 아 이래서 둘이 그토록 티격태격하는구나 알 수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에 대한 원인 제공은 늘 둘에게 모두 책임이 있게 된다.
그 감정의 골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됐다.
이혼을 하고도 집이 하나 남아있었다.
잘 안 팔려서 팔면 주기로 하고, 갖고 있었는 데, 그렇게 갖고 있다 보니 우연찮게 집값이 상승하게 됐다.
이혼에 있어서 경제적 부분도 엄청 컸기에 집이 팔리면 다 주겠다고 얘기를 했나 보다.
하지만, 집값은 많이 상승했고, 팔기전까지 이자는 계속 이 친구가 내고 있었으니, 최소한의 지분은
요구해도 되는 거였는 데, 그냥 홀랑 다 보내 버렸다. 그리고 나서 약간의 자금이라도 달라고 하는 데,
나같아도 안주겠다. 이혼한 마당에 줄 이유가 없지 않나. 그걸 주기 전에 먼저 협상을 해서 보내야지
보내고 나서, 얘기를 하니 당연히 안 주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최근에도 아는 사람의 이혼 소식을 들었다.
가끔 와이프랑 같이 술도 한잔 하는 사이라 적당히 알고 있는 데, 술을 너무 잘 마시고,
마시면 했던 얘기 또하고 또하고 해서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웬지 모르겠는 데, 우리를 자꾸 가르치려 든다. 나이도 우리가 훨씬 많은데.
나이가 많은 게 자랑은 아니지만..
그리고, 누가 봐도 우리가 훨씬 멀쩡하게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만나면 늘 아이 교육을 잘못 시키고 있다며, 엄청 가르치려 든다.
학원을 어디로 보내야 된다느니, 공부는 뭐뭐 시켜야 한다느니, 애한테 자유시간이 너무 많다느니.. 등등.
우리 아이를 키우는 우리의 철학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모습이 좀 어이가 없다.
그래서 술을 마셔도 길게 안 마시게 된다. 빨리 자리를 뜨고 싶기도 하고.
이 사람이 이혼을 하게 되어 위로 하기 위해 만났다. 약간의 위로주도 마시고, 위로의 말도 건네고,
나쁘지 않은 분위기 였는 데, 술이 조금씩 취해가면서 다시 같은 습관들이 나오는 거다.
이때부터 머리속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짜증이 나기도 시작하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형이 했던 얘기 또 하는 사람이다. 듣고 있으면 약간 미쳐버릴 거 같다.
몇몇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데, 그래서 그런 사람들 싫어한다.
그런데 이 사람도 완전 그런 부류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만난거지, 앞으로는 그럴 일 없을 거 같다.
상대방이 나쁜 인간이라 이혼을 하는 게 훨씬 나은 삶이라고 생각했는 데,
이 둘은 어째서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생각해 보면, 어찌됐건, 한사람의 문제는 아니었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쪽이 좀 더 큰 잘못을 저질렀겠지만, 상대방도 그에 못지않은 잘못이 있기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 거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어쨌든 이 상황에 가장 큰 피해자는 분명 아이일 거다. 아이가 선택하지도 못하고, 무작정 정해지면,
그대로 지내야 하는 데, 큰 트라우마로 남게 될거 같다. 아이의 삶은 이걸 기점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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