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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10 무엇을 먹을것인가? 먹일것인가? - 육아휴직 #4 1

어젯밤에 자기 전에 쌀을 씻어서 불려 놓고,

쌀을 씻은 첫번째 물은 설겆이 통에 붓고,

두번째 세번째 물은 받아서 냄비에 부어놓았다.

와이프가 한살림에서 주문한 식재료가 집에 왔는 데, 그중에 맛있는 된장이 들어 있어서 그걸로 된장찌개를 끓일량으로 미리 준비를 해뒀다. 

새벽 한시쯤 잤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6시에 일어나서(회사 다닐때보다 더 일찍 일어난다), 아침 준비를 시작했다.

된장찌개를 끓이고, 아들이 좋아하는 햄을 볶고, 내가 좋아하는 옛날 소세지를 굽고, 와이프가 좋아하는 두부를 굽고.

조금조금씩 하는 거라 오래 걸리진 않지만, 하나하나 손이 가는 것들이라, 음식하는 동안 바쁘지 않을 수 없다.

그 와중에 아들을 깨워야하고, 와이프를 깨워야하는 상황.

알람이 울려도 와이프는 일어나지 않고, 아들은 스스로 잘 일어나긴 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바로, 티비를 켜고, 만화방송을 틀고 트레인포스를 보기 시작. 아무리 30분만 보라고 외쳐도, 시간 넘기기가 일쑤다. 7시 30분이 지나면 무조건 리모컨을 끄긴 하는 데, 할아버지 할머니랑 있을 때 습관이 되어서 쉽게 끊지를 못한다. 어느 순간 팍하고 끊어야 할 성 싶다. 안 그러면 다시 회사로 복직하는 시간에 애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회사를 가야 하는 와이프가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을 거 같은 예감.

아침에 어떻게 일어나서 아들을 준비시키고 갈지 조금 걱정이긴 하다.

그때까지 어떻게든 습관을 잘 들여줘야 하는 데 말이다.


따뜻한 밥을 짓고, 찌개를 끓이고, 반찬을 담아서 상에 다 차려놓으면 간신이 아들과 와이프가 온다. 

그리고 밥을 한숟가락 먹고, 국을 한숟가락 뜨는 데, 내가 먹을 땐 아주 맛있다고 느꼈는데, 와이프의 표정은 그닥 별로다.

멸치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나. 심지어 아들은 된장찌개를 아예 먹지도 않는다. 어쩔 땐 엄청 잘 먹더니, 오늘은 아예 손댈 생각을 안한다. 밥에 햄만 먹고 있다.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 불끈불끈 솟아난다.

그래도 다행인건 늘 자기밥은 꼬박꼬박 밥그릇 긁어가면서 깨끗하게 잘 먹는다는 것. 다 먹고나면 그릇에 물도 잘 따라서 먹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면서 그 습관은 엄청 잘 들여놨다. 


어젯밤에는 와이프가 오면 국물떡볶이에 순대를 쪄서 먹으려고 했는 데, 와이프가 늦게 퇴근하는 바람에 아들과 떡볶이를 해먹기로 하고 국물떡볶이를 시작. 맵지 않게, 라면사리 넣어서 줄라했더니, 진라면 아니면 안먹는다고 때장부리는 아들 덕에, 우동 사리를 넣어주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먹겠다고 하고, 계란을 쪄서 넣어줬더니 그건 또 안 먹겠다고 하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아들 덕분에 주먹이 불끈불끈 하고 있다. 배가 고파봐야 주는 대로 받아먹을 텐데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워낙 할아버지가 손주 비위 다 맞춰주고, 챙겨주는 스타일이라 거기에 익숙해져 버려서인지 나와는 너무 안 맞는다.

해놓으면 무조건 먹을 것이지 말이 참 많고, 요구사항도 많고, 또 자기 맘대로 안되면, 안먹는다고 버팅기기도 잘한다. 

윽박질러놔야 그제서야 하는 척. 먹는 척. 


매일 때가 되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 메뉴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난 주말에 그렇게 많이 장을 본 거 같은 데도 불구하고, 뭔가 해먹을라치면 그닥 먹을 게 없다. 게다가 아직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맛있는 맛을 내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힘들게 해 놓으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아들과 와이프의 표정을 보면, 이것들을 그냥 확!!...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얻어먹을 때도 메뉴정하고, 음식하는 어려움을 몰랐는 데, 입장이 바껴놓으니 매일매일 고민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에서 놀면서 뭐해? 했던 생각은 이젠 완전히 없어졌다. 노는 게 노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별로 놀 시간도 없다. 잠시 짬짬이 시간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생기긴 하지만, 무한정 맘 편히 아무 것도 안하고 놀 수 있는 건 누구도 없다. 회사 다니면서 집안 살림까지 하는 건 참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다. 맛이 좀 없어도, 맛있다고도 해줄 줄 알아야 하고, 맛있으면 훨씬 맛있는 척 해주는 리액션도 필요하다. 음식을 한 사람 입장에서, 맛있게 한그릇 뚝딱 비워주는 사람만큼 예쁜 사람이 없다.

그래서 젓가락으로 깨작깨작 한다거나, 뭐뭐 있나 살피면서 맛있어 보이나 안 보이나 살피는 사람들을 보면 참 짜증이 난다.

식탁에 딱 앉으면 호기심 어린 표정을 가지고 뭘 먹어도 맛있을 거 같은 표정을 갖고, 음식을 대하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모든 사회 생활에 마찬가지듯이 말이다.


근데, 점심은 뭘 먹고, 저녁엔 또 뭘 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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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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