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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이란을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고 올라온 이라크와 준경승전을 2:0으로 이김으로써 55년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7연속으로 월드컵에 나갔기 때문에 한국축구가 아시아에서는 최고이지 않느냐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중동이나 호주, 가까이는 일본과의 경쟁에서 그리 큰 재미를 못 본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아시아 정상이라고 볼수는 없다. 정상권이라고 생각은 할 수 있으나 지난 경기를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지난 2014년 월드컵에서는 처음 월드컵에 출전한 팀마냥 졸전을 거듭한 끝에 1무 2패라는 어이없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귀국했다. 국민들의 비난은 거셌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감독을 경질하지 않고 내비뒀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는 감독이 자진사퇴하기에 이른다. 그 일련의 과정은 참, 안타까웠다. 어쨌든, 2002년을 그렇게 인생 최고의 해로 만들고 모든 국민에게 영웅의 대접을 받았던 사람이,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추락하는 모습은, 2008년쯤 언젠가 차를 타고 양재동 뚝방길을 지나다가 어느 건물에서 나오는 바바리 코트를 입은 훤칠한 그를 보았을 때의 멋진 모습과 대비되어 참 쓸쓸함을 안겨줬다. 그리고 아쉬움까지.


한국사회의 큰 문제중 하나가 학연과 지연, 혈연이다. 비슷한 능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당연히 학연, 지연, 혈연에 손이 가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 대표성을 띄고 공정성을 띄어야 할 순간에는 저러한 연줄에 기대어서도, 이용해서도 안된다. 모든 것이 실력과 재능, 그리고 의욕 등 보여지는 것만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특히 운동같은 경우는 더하다. 단체 운동인 축구같은 경우는 찬찬히 자세히 많이 보다 보면, 어느 누가 잘하고, 장점은 어느 부분이라는 게 확연히 티가 난다. 반대로 못하는 사람은 어느 부분이 취약하고, 단점인지 그것 또한 여실히 느껴진다. 일반인인 내가 봐도 그러한 것들이 잘 보이는 데 소위 전문가들이라는 사람이 그것을 잘 분석해 내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보는 관점에 따라 어느 부분을 더 높이 평가할 것이냐의 차이는 존재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확연히 티나는 것들까지 무시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감독 자질의 문제이기도 하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 낸 것은 선수들이 모두 똘똘뭉쳐 열심히 한 결과이지만, 그 기저에는 히딩크라는 훌륭한 감독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연줄에 얽매이지 않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잘하고, 열심이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모아 놓으니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이번 아시안컵을 앞두고도 슈틸리케라는 독일 감독을 모셔왔다. 그리고 현재까지 대성공이다. 27년만에 결승에 진출하고 55년만에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결승전이 홈팀인 호주와의 대결이기 때문에 결과가 안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기력과 결과만으로도 충분히 슈틸리케는 박수 받아 마땅하고, 앞으로 2018년까지 쭈욱 이어 나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선수 선발에서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을 모두 뽑아 씀으로써,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누구하나, 게으르거나, 대충하지 않는 모습은 결과를 차치하고, 즐거운 경기 관람을 가능하게 했다. 

무엇보다 처음 발탁된 이정협은 남자에게는 어울리지 않으나 신데렐라의 탄생이라는 이름에 너무도 어울린다. 지속적으로 손흥민의 파트너가 아쉬웠는 데 그 자리를 훌륭하게 차지했다. 아직 많이 못봐서 그가 아주 개인기가 뛰어나거나 결정력이 폭발적이거나 한 모습은 아닌 거 같지만,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그 부족분들을 메우는 듯 싶다. 그 덕에 이근호도 주전은 아니지만 백업으로 더욱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이번대회 최고의 선수는 골키퍼 김진현이다. 무실점이라는 결과가 말해주기도 하지만, 장신을 이용한 공중볼 처리나, 1대 1 상황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저돌적인 돌진과 빠른 볼처리 등은 골키퍼로 나무랄데가 없다. 단지 큰 키에 비해 날씬한 것이 하나의 흠이라면 흠이랄까. 덩치 좋은 유럽 애들과 붙었을 때 좀 밀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벌써부터 되는 건 기우일까. 어쨌든 김진현의 활약은 이번대회 최고의 발견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훤칠한 인물까지..


예상외의 몇몇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까 기존 잘하던 선수들까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현재 국가대표 중 가장 잘하는 두 선수는 역시나 기성용과 손흥민이다. 기성용은 리그에서도 엄청나게 많이 뛰고 와서 아시안컵에서도 많은 활동량과 좋은 경기력으로 공수 조율을 잘 이끌고, 손흥민은 초반 감기로 예선에서 부족했던 걸 경기를 거듭할 수록 골로 보답을 해주고 있다.


아직 많은 선수들을 언급하고 싶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고, 마지막으로 차두리. 

아주 오래전 공격수로 활약을 할 때 차두리는 거칠고 저돌적인 오른쪽 날개였지만, 늘 센터링에서 문제를 보였다. 마무리 센터링에서 정확하지 않은 볼처리로 우리 팀에 큰 득이 안되는 선수였었다. 그러나 수비수로 전향을 하면서 그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시작했다. 절대 밀리지 않는 몸싸움은 물론이거니와 공격수보다 빠른 스피드, 체력, 그로 인해 가끔 오버래핑 들어갈 때의 상대 수비를 농락하는 모습은 우리팀에 활력을 줌과 동시에 관람하는 우리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모습은 준경승에서 정점을 찍어줬다. 수비부터 치고 들어가 상대 수비수를 제끼고 구석에서 손흥민을 보고 완벽하게 밀어준 센터링으로 그의 최대치를 보여줬다. 이번대회 결승전을 대표팀 은퇴 경기로 치르기로 했단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멋진 활약 하나 부탁한다.


어쩌면 슈틸리케가 운이 좋은 감독일 수 있다. 일본이 8강에서 떨어지고, 이란이 4강에서 떨어지는 등 강호들이 다 떨어져 나간  결승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운은 없다. 꾸준히 성실히 최선을 다할 때 운이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지, 요행만을 바래서는 운은 다가오지 않는 법이다. 

지속적으로 감독은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선수들을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길 바란다. 난 결과는 중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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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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