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걸 누가쓰나 할수도 있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고 나에게 필요없는 물건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 분명히 있는 법이다. 그래서 중고거래도 엄청나게 활성화되어 있고.
당근앱의 좋은 점은 무조건 직거래로만 진행되니 사고 발생 확률이 현격히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그렇게 직거래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생각외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에 냉장고를 판매할때는 심지어 외국에서온 친구와 번역기 앱으로 대화하면서 판매한적도 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11월 22일 이삿날이다. 이제 정말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인테리어는 열심히 진행중이고, 날짜를 충분히 잡아서 차곡차곡 잘 진행 중인거 같다. 9월 추석 이후에 이사를 결정하고나서, 9월말부터 준비 시작해서 10월 내내 가전, 가구 매장들을 전전하고, 가전을 고르기 위해 롯데월드타워에 하이마트로 가서 삼성과 엘지를 비교해 보고, 가격은 조금 더 비쌌지만, 역시 가전은 엘지라며, 엘지로 결정하고, 가격비교만 한군데 더해보기로 하고, 롯데 백화점에 들러서 견적 다시 받고, 최종적으로 롯백에서 풀셋 구성. 이러는 와중에 가구 중에 결정적으로 소파를 고르러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각각의 매장을 가보기도 했는 데, 여러개 비교견적은 역시 용산아이파크몰. 여러 매장이 다 있어서 한번에 비교하기 좋아서 이곳을 세번에 걸쳐서 방문. 소파 뿐만이 아니라, 인테리어 견적과 주방 견적을 위해서도 방문하느라 총 다섯번정도 방문했다. 소파와 식탁을 결정하고, 주방은 이곳에서 할 지 다른 곳에서 할지 아직 결정을 못했다. 소파도 앉아본 소파만 한 20개 정도는 되는 듯하다. 소파는 아들에게 사주기로 한 거라 반드시 구입하는 품목. 근데 한번 사자니 또 긴 시간 사용할 수 있어서, 그리고 편안함이 동반되야 한다고 생각해서 공간을 많이 차지하더라도, 충분한 사이즈에 앉았을 때 정말 편안한 거를 고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언제나 예산 초과. 마음에 드는 건 늘 예산초과하기 마련이다. 예산초과하는 또 하나의 목록은 TV다. TV 사이즈는 늘 가장 큰걸로 사야하기에 쓸 수 있는 최대 한도에서 제일 큰걸로 결정하다 보니 이것도 예산 초과 만땅이다. 인테리어 또한 마찬가지다. 그나마 발품을 많이 팔다보니, 합리적인 가격대를 찾을 수 있게 됐고, 예상보다는 많이 초과되지 않는 선에서, 그리고, 매일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계약하고,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용산아이파크몰에, 한샘, 리바트에도 방문하고, 아파트 근처 인테리어에도 문의하고, 자주 드나드는 카페에 문의해서 견적도 내 본 결과, 아는 카페 인테리어 사장님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해준다고 해서, 그곳으로 결정하고 진행 중이다. 처음 예산은 당연히 초과했지만, 그 이상은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안 받아들이면 어쩔건데.) 이것저것 이렇게 진행하다보니, 대략 1억은 소요되는 듯. 별거 안한다고 생각했는 데 불구하고,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6년만의 이사다 보니 집안을 열심히 정리하고 있다. 가장 큰 일은 아이 방의 벙커 침대를 해결하는 일. 팔릴까 안 팔릴까 한참 고민하다가 그래도 중고 장터에 내놔 보자 하고 당근에 올렸는 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다. 워낙 부피가 있다보니 보고선 결정을 하겠단다. 감안하고 있던터라, 직접 와서 보는 걸 허용하고, 집으로 방문했다. 이것저것 사이즈를 재보더니, 가능하겠다고 서로 얘기하더니, 구입하겠단다. 약간의 네고가 가능하냐고, 물어보길래 그건 안된다고 했다. 침대랑 책상이랑, 시디즈 의자랑 해서 가격을 책정했던터라 저렴하게 내놓기도 했고, 다 보고나서 깎는 건 아니라는 판단에 네고를 안해줬다. 미리 애기했다면 깎아줄 수도 있는 문제이긴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깎는 건 예의가 아니다. 암묵적인 당근의 거래 관행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 싶다. 그렇게 거래하기로 했는 데, 가져가는 건 10월 마지막주말에 가져가겠단다. 어차피 아이가 쓰고 있어야 해서, 그러라고 했다. 토요일 밤이나, 일요일 오전에 가지러 오겠다고 예약.
그런데, 토요일 오후에 축구를 하러 나갔는 데, 갑자기 연락이 와서 토요일 네시에 안되냐고 문의가 온거다. 집에 와이프와 아들만 있고, 정리도 제대로 안되있고, 축구하고 있는 데 갑자기 연락이 와서 당황했다. 게다가 와이프는 네시 반쯤 나가야 되는 데, 상황이 좋지 않았다. 내가 없고 와이프만 있고, 알아서 분리해서 가져가야 하고, 시간도 3시 반쯤 와줄 수 있고, 가능하면 된다고 했더니, 그런 조건들에 맞춰서 움직이겠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예정에 없이 급하게 진행. 계좌로 입금해 준다고 해서 계좌번호 알려주고 입금 확인했다. 집에 와서 보니 아들 방이 침대가 사라져서 시원해졌다. 부피큰게 있다가 사라지고, 휑하지만, 개운하다. 게다가 이사 전에 정리해서 마음이 한결 수월하다. 근데 가지러 온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이 여럿이 와가지고 후다닥 정리해서 가져갔단다. 옷에는 무슨무슨 봉사단이라는 조끼를 입고 같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단다. 그래서 와이프가 물어보니, 대학교 무슨 봉사단 동아리라며 한부모 가정에 주기위해 구입한거라고. 당근 채팅으로 구입하신분에게 물어보니 한양사이버대학교 건축해주는 동아리 모임인데 집도 고쳐주고, 아이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준거라고. 그래서 받았던 돈, 돌려주기로 했다. 계좌번호 알려달라고 해서, 받아갖고 다시 보내줬다. 20만원. 크다면 큰 돈이고, 작다면 작은 돈이지만,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도와주는 데, 사용하던 거 기부했다고 생각하면 된거다. 와이프는 대찬성이었는 데, 아들은 살짝 아쉬워했단. 자기의 치킨값이 없어지는 거 아니냐고. 치킨은 뭐 아빠 돈으로 사줘야지.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고 했다. 어쨌든 좋은 일에 썼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집안을 정리 하는 데 도움도 되고, 좋은 일에 쓰기도 했으니 일석이조다. 바꾸고 싶던 의자도 당근에 내다 팔고, 식탁도 팔 예정. 안 팔리면, 버리고 가야할 듯.
그 외에도 그냥 쌓아뒀던 몇년간 움직이지도 않았던 물건들은 어떻게든 정리하려고 하나씩하나씩 처분중이다. 사용하지 않는 짐들은 처분하는 게 좋은 게, 언젠가 한번 쓰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잘 버리지 못하는 게, 사람들의 습성이고, 나 또한 그런걸 심각하게 갖고 있다. 모아둔 걸 버리지 못하는 습관. 어딘가 창고가 있다면 넣어두고 싶은 물건들이 꽤 많다. 버려야 집도 가벼워지고, 짐도 가벼워지고, 몸도 가벼워지는 법인데, 그게 잘 안된다. 어제 아들 방에 옛날 책들, 안 보는 옛날 책들 정리하라고 했더니 반쯤은 버리겠단다. 어제 재활용 날이라 버렸어야 했는 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못 버리고, 이번주 일요일에 잔뜩 갖다 버려야겠다. 오래되서 누구 주기도 그렇고, 책도 그냥 쌓아두기만 하면 잘 읽지 않게 된다. 하나씩 하나씩 생각날 때마다 구입해서 읽고 필요하면 다시 읽고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 데, 그게 쉽지 않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필요 없는 걸 소유하지 않는 버릇은 좋지 않을까. 자꾸 욕심으로 가지려고 하는 데, 그런 소유욕을 조금은 버려야할 필요가 있다. 그게 삶을, 마음을 좀 더 풍요롭게 해 주지 않을까 (근데 아이러니 하게도 버리고 또 잔뜩 샀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