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하다가 상대와 부딪혔다.
공을 선점해 들어가려는 찰라에 상대편이 뒤에서 뛰어오면서 공을 다투다가 상대의 무릎에 내 정강이 위쪽을 가격당했다.
순간적으로 힘이 쫙 풀리면서 주저앉았다.
절뚝절뚝해서 바로 교체하고 나와서 잔디에 앉아서 쉬었다.
아직 경기가 두세경기 남아 있으니 쉬었다가 다음 경기에 뛰면 되겠거니 생각했다.
그 사이 약도 바르고 화장실도 갔다오고, 다리도 풀고 잠시 휴식을 가졌다.
다음 경기에 들어가서 뛰려는 순간, 어, 뛸 수가 없었다.
걷는 건 괜찮았는 데 뛰려고 힘을 주는 순간, 엄청난 고통이 다가왔다.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교체했다.
그러곤 좀 더 쉬었다.
마지막 경기에는 꼭 뛰고자 했는 데, 또 다시 같은 증세가 반복되어 결국 오늘 경기를 포기했다.
달랑 한경기 뛰고, 5분 더 뛰고 집으로 온 꼴이 되었다. 아쉬움에 저녁만 먹고왔다.
집에 와서 샤워하고, 약을 바르고, 파스를 바르고, 임시 치료를 하고 아들과 쉬었다.
자는 아들 옆에서 잠시 자다가 추워서 깨서 방으로 들어가려고 누워 자려는 데,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했다. 왜 그러지????
시간이 더할수록 다리를 움직이는 것도 어렵고, 고통도 더욱 심해져갔다.
자다가 깨가지고, 더 이상 잠을 이룰 수 없을만큼 아팠다. 와이프는 상가집 갔다가 오질 않는다.
11시 30분쯤 되니까 와이프가 들어왔다.
안되겠다 싶어서 응급실에 가려고 했다. 근데 자고 있는 아들이 문제였다.
깨워서 데리고 갈 수도 없고, 집에 혼자 놔두자니 일어나면 걱정도 되서, 누구에게 맡길 지 고민했다.
급하게 언니한테 연락을 취했는 데, 안받는다. 제일 가까운 아들 친구네 집에 연락을 취해볼까 싶어서 불이 켜져 있나 보는 데,
집에 아무도 없는 듯 하다. 어딜 간 거 같다. 가까운 친구한테도 연락했는 데 안되고....
어쩔 수 없다. 나혼자 갈까 하다가, 택시잡기도 힘들 것 같아서 와이프에게 병원에만 내려주고 집으로 오라고 했다.
가까운 데 신촌 세브란스 병원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응급실로 갔다. 예전에 온 적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 데, 다행히(?) 처음 온 거였다.
엄청 아프긴 하지만,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상태라, 진료보고 엑스레이 찍고 확인하면 그리 오래 걸릴 거 같지 않은 데 불구하고,
종합병원 응급실이다 보니, 그런 과정이 엄청나게 오래 걸린다. 그 시간 기다리는 동안 응급실에 풍경을 보니.... 오랜만이긴 하지만 익숙하다.
어렸을 때 몇 번의 응급실행은 훨씬 더 위급했고, 그럴 때마다, 입원을 하는 상황이었고, 며칠씩 응급실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응급실의 환경은 같이 온 사람마저도 힘들게 한다. 작은 병으로 응급실에 오면 큰 병을 얻어갈 거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서 다친 사람, 등산하다 팔을 짚어서 어깨와 팔목이 틀어져서 교정을 해야 하는 사람, 경기하는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
근처 어딘가에서 놀다가 온 듯한 연인, 내과 질환으로 큰 딸을 데리고 온 듯한 엄마, 입안에 피가 나고 있는 남편을 데리고 온 아내 등등..
그리고 응급실 병상에 누워있는 여러 환자들과 급하게 엑스레이를 찍으러 내려온 병실의 환자들까지 응급실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
그 와중에 팔이 틀어진 아줌마를 교정하기 위해 의사 둘이 들어가서 교정을 하는 데, 들리는 비명소리를 응급실을 떠나가게 할 정도로
큰 소리여서 모두가 놀라는 표정이었다. 심지엉 귀를 막는 아줌마도 있었다.
엑스레이 찍고 상태 확인하는 시간까지 약 3시간 가량 병원에 있는 동안 느낀 낯선 듯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내 엑스레이 결과는 다행히 뼈나 관절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와서 큰 타박상인걸로 우선 결론이 났다.
그래도 모르니 다음 날, 다시 병원을 오라는 외래 진료를 끊어주겠다고 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으니 깁스를 하자고 했다.
하지만, 깁스, 외래 다 괜찮다고 하고, 진통제만 처방 받고 돌아왔다.
깁스를 하고는 회사를 갈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너무 컸고, 그 정도로 심각한 것 같지는 않다는 결론에 미쳤다.
그리고 세브란스 병원까지 외래를 오지 않고, 더 아프면 동네 정형외과를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다행히 최대한 움직이지 않으니, 통증도 많이 가라앉고, 움직임도 훨씬 수월해졌고,
그 이후로는 약도 안 먹어도 될만큼, 호전됐다.
그렇게 토요일 밤 어느 하루를 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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