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비오는 토요일 판교에서의 결혼식으로 하루를 그렇게 보내고,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 집에 가서 저녁까지 먹고, 집으로 왔다. 그리곤 온전히 맞는 일요일 아침. 아들이 온 후 맞은 첫 일요일인 셈이다. 이제부터는 일요일에 데려다주지 않기에 하루 종일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아직은 어제의 피로가 남아 있어서 일요일 오전에 늦게까지 잠을 자고, 와이프는 어쩌다가게 2층에 있는 미용실에 가고, 아들은 할머니 집에서 티비로 보고 나는 집에서 잠시 휴식. 그리고 다시 집결해서 홈플러스로 장을 보러 갔다. 며칠전부터 사달라고 한 퀵보드를 사러. 자전거 가게에 있지 않을까 싶어서 동네 자전거 가게를 들렀는 데, 퀵보드는 팔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트는 있겠거니 싶어서 갔더니, 다행히 한가지 종류를 팔고 있었고, 나쁘지 않은 듯 싶어서 무조건 들고왔다. 처음엔 열심히 타는가 싶더니, 좀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금방 안타겠다고 짜증을 내다가 다시 타겠다고 한다. 왠지 모르게 변덕이 죽 끓듯 한다. 그리고 모험심이 별로 없어서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도전 자체를 꺼려한다. 약간 염려증 환자마냥. 너무 모험심이 부족해서 약간 걱정이긴 하다. 그래도 다행히 몇번 타보면서 금방 익숙해지는 듯 싶다.
어제부터 드디어 실질적인 학교 생활의 시작이다.
월요일 오전부터 오전 돌봄 교실을 하고, 오후에도 다섯시까지 돌봄 교실을 한다. 아직까지는 내가 집에 있으니 안가도 되긴 하지만, 어차피 적응을 해야 하는 것이기에 초반부터,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와이프가 아침에는 8시까지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후에는 내가 다섯시 전에 찾으러 가고. 학교 돌봄 교실이 7시까지 한다고 하지만, 하루종일 학교에서만 보내면 애가 너무 힘들거 같아서 다섯시까지 있다가 다음 시간에는 학원이나, 근처 가까운 집에 맡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바로 앞 동에 와이프 아는 사람이 같은 학년으로 입학한 아이가 있어서, 그집에 같이 돌봄을 부탁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을 거 같고, 그렇지 않다면, 집으로 와서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을 섭외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번에 태권도 가서 재미있게 놀다와서, 다시 그쪽으로 학원을 보낼까 했는 데, 돌봄 끝나고 오는 길은 무조건 놀이터에 들러서 시간을 보내려고만 한다. 간다고 약속했다가도 안간다. 가면 또래도 많아서 재미있게 놀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시도를 하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역시나 도전하려는 자세가 좀 부족하다.
그렇게 6시 넘어서 집에 오면 무엇을 해서 저녁을 먹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아직 많은 음식을 할 줄 모르는 내가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맛이 썩 훌륭하진 못하다. 일요일에 장보면서 일주일간 먹을 여러 가지를 샀다고 생각했는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져보면 그닥 해먹을 것이 없다. 게다가 아들은 조금이라도 매우면 거의 안 먹으려 하거나, 잘 안 먹고, 와이프는 국이나 찌재 종류를 잘 안 먹어서 할 수 있는 게 그닥 많지 않다.
사온 재료 중에서 쏘세지야채볶음을 하고, 오뎅탕을 끓여서 그럭저력 저녁 식사를 해결.
매일, 아침 저녁으로 무엇을 해 먹일 것인가 고민이다. 식단을 만들어서 시스템처럼 만들어 해 먹어야 하나, 참 고민스럽다.
어제 아침, 저녁 돌봄을 지내고 난 아들이 오늘 아침에 등교하면서는 돌봄 안하면 안되냐고 묻는다. 아직 친한 친구도 없는 상황에 다섯시까지 꼼짝없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 아이 입장에서 힘든가 보다. 유치원 때처럼 단짝 친구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낯을 많이 가리는 녀석이라 아마도 아직 쉽게 다가가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있는가 보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 해결해 주겠지만, 마음이 짠한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계속 아이를 데리고 올 수도 없는 상황인지라, 적응을 시켜줘야 한다. 되도록 빨리 친구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말이다. 같은 반 친구가 돌봄 시간까지 같이 보내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돌봄 시간 내에 친한 친구를 만들어서 같이 잘 지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아이 입장에서도 지겹지 않고, 덜 힘들고, 재미있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3개월의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 않은가.
무조건 아이를 돌봄에 넣어 놓고, 내버려둬선 안될 것이다. 끝나고 오면, 여러 가지 대화를 시도하고, 아이가 힘든 점들을 말할 수 있도록 계속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 학교에서, 친구 사이에 있는 일들을 잘 말하지 않는 성격이라, 학교내에 어떤 문제에 대해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생기고 있다. 현명하게 사회 생활을 잘 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생각지 못한 외부적인 압력에 마음 고생을 할 수도 있으니까. 늘 잘 살피고, 들어주고, 해야할 것이다.
애 성격상 가해자가 되지는 않을 듯 싶으니 말이다. 혹시 모를 가해자가 되는 것도 큰일이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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