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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히 12월은 두서없이 지내다 보면 한달이 스윽 하고 흘러간다.

꼭 바쁘지 않아도 바쁜척 하며, 약속도 많은 척하며, 그런 척하며 하루하루 보내다보면 가장 빨리 지나가는 달이 12월 아닌가 싶다.

그런 12월을 지금은 가장 느긋하게 지내고 있다.

어제도 아파서 약속은 다 미루고 하루종일 집에서 밥먹고 약먹고 자다가 티비보다가 누워있다가 꼼지락대다가 잠깐 움직이다가,

티비보며 자전거 타다가, 다시 밥먹고, 와이프는 고모네 집에 아침에 잠깐 갔다왔다가, 저녁에도 식사할 거 갔다드린다고, 

잠깐 갔다드린다고 왔다갔다, 그렇게 꼬물꼬물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하루가 꽤나 길~~~게 느껴지더만.

무언가로 바쁠 때는 그렇게도 시간이 모자르고 빨리가고 그러더니만 아무런 약속이 없으니 시간이 참 느릿느릿 걸어가는 

내 발걸음 같이 느껴졌다. 그래선지 웬지 기분이 좋았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컨디션이 좀 좋으면 약속을 하려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또 상태가 별로여서 집에서 쉬기로 했다. 그리곤 약속도 취소. 그렇게 집에서 쉬고 있다.

그렇게 집에서 쉬고 있으니 긴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좋다. 

아침 먹고, 다시 누워서 책좀 보다가 청소 조금 하다가, 다시 쉬다가, 오랜만에 책상 치우고 책상 옮기고, 테이블 정리하고.

그렇게 테이블 위치를 처음 이사올 때 처럼 이동시키고, 다시 잠시 쉬고, 커피 한잔 마시고, 청소하고, 와이프가 음식 주문하고,

주문한 음식 가지러 갔다가, 음료수가 부족해서 식혜사러 2단지 상가까지 걸어갔다 오는 데, 조금 오래 걸으려니 힘들더만.

올때는 짐도 많아져서 무거우니 더욱 힘들고. 그렇게 먹을 거 양손에 가득 들고 집으로 와서 셋팅.

와이프랑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 모임이어서 우리집에서 점심 먹고, 같이 공부중. 벌써 7년 정도 같이 공부 중인 사람들이다.

공부라는 매개체로 만나서 같이 여행도 가고, 이렇게 공부 모임도 같이 하고, 긴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게 놀랍다.

감이당이라는 곳에서 처음 만나서 명리학을 배우고, 철학을 배우고, 삶을 배우고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에도.

그리고 그것을 다들 회사를 다니고, 가정 살림도 하면서, 꾸준히 책을 읽고 외우고, 숙제도 하고, 지금은 심지어,

이렇게 다섯 명이 자주 모여서 책 한권을 정해서 어느 단락까지 읽어오고 거기에 대해 발제를 하고, 내용을 가지고 

심층적으로 토론하는 모임을 하는 중이다. 우리 집에서 모이는 경우도 많이 있고, 다른 집에서 모이기도 하고, 

어디 카페에서 모이기도 하고, 와이프 회사에서 모이기도 하고. 모임 장소는 그때 그때 다르지만,

우리 집에 오더라도 내가 불편해 하지 않으니 아무 상관 없다. 그리고, 저런 모임 하는 것 자체가 좋다. 

나야 워낙 사람 만나는 거 귀찮아 하고, 많은 친구들을 만들지 않지만, 와이프도 사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거나 하는 편이 아니다.

다만 직업의 특성상 여러 부류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직업군이긴 하지만, 실제로 만나는 사람들은 거의 정해져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초등부터 중학교 친구들 몇명. 그리고, 재수할 때 친구들. 그리고 매주 축구하는 멤버들. 

회사 사람들하고는 평상시에 만나지 않으니. 그리고 매달 만나는 아들 친구의 가족.

어쨌든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관계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과는 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렇게 집으로 자주오는 사람들도 늘 한정되어 있다. 와이프 친구들, 내 친구들 가끔, 그리고 아들 친구 가족.

관계를 지속한다는 건 꽤 힘든 일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꾸준히 잘 이어지면 더없이 좋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고, 그러다 배신도 당하고, 이용당하기도 하고, 

이용해 먹기도 하고, 정글같은 삶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되고, 꼭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등등에 대한 고민들. 하지만 그것들도 잠깐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치열한 생존 경쟁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 또 다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나가는 것이고. 

그런 와중에 년중 마지막날 이틀을 휴가를 내서 총 5일을 휴식이다. 그중 하루는 송년회 때문에 참석해야 하지만,

그외에 일은 하지 않아도 되서 다행이다. 올해 벌려 놓은 나머지 일들 뒷정리만 해 놓으면 만사 오케이.

잘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건데, 무엇보다 몸상태가 빨리 올라와야 한다.

지금도 어제 상태가 너무 안 좋아져서 독감에 걸린 줄 알고 독감여부 확인하러 병원에 갔었다. 

다행히 독감은 아니라서 그냥 오려는 데, 와이프가 영양제 하나 맞으라고 해서 영양제 하나 맞고 왔다.

근데 신기하게도 영양제 맞기 시작해서 5분 정도 지나니까 정신이 또렷해지면서 몸이 기운이 좀 나는 느낌.

이게 뭐지?? 싶은 게, 이래서 영양제를 맞는구나 싶더만. 며칠이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효과 백프로.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살려주는 데는 영양제만한 게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거기서 새로운 약을 받아와서 먹고,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듯. 내일이면 괜찮아 질 것 같다.

내일도 한번 더 가보긴 해야할 듯. 

이렇게 더 기~~~~인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넷플릭스로 아이리쉬맨을 봤다.

마틴스코시즈가 만들고, 알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가 나오고, 조연으로 조페시도 나오고, 하비 카이텔도 나오고,

내용은 미국 정치사에 역사적인 인물의 죽음을 둘러싼 미제 사건을 영화화. 내용은 참 난해하고, 

역사를 따라가기도 쉽지 않은 데, 등장인물들의 연기와 대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에 시종일관 재미는 있었다.

서사구조를 잘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는 있어서 머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영화를 다 보니 배가 고파져서 사발면을 하나 먹고 감기약을 먹고 이제 하루를 마무리.

이제 자야겠다. 12월29일은 그렇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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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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