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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양한 2013. 11. 3. 04:28

엄마는 전형적인 가장형 엄마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남편을 만나서, 30년 전에 생활 전선에 뛰어들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번도 맘 편히 쉬어보지 못하고 일만 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억척스러워지고, 욕도 잘하고, 매사에 신경질적이어서 안쓰럽다.

내가 어렴풋이 6~8살까지의 기억 속에 엄마는 분명 이런 사람이 아니었지만,

장사를 하고, 가정을 이끌고 하다보니 자연스레 생성된 것들이다.

얼마 전까지 엄마가 하는 일에 문제가 생겨 내부적으로, 외부적으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그만두라고 수차례 얘기를 하고 엄마도 장고를 거듭한 끝에 그렇게 하기로 결정까지 했는데,

어찌어찌하여 또 그만두지 못하고, 일을 계속 하고 있다. 지금은 그나마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있긴 하지만

몇개월째 쉬는 날 없이 계속 일을 하다보니 피로가 누적되 있다.

 

오늘 건강검진 한다고 간만에 하루 휴식이었다.

이런날이라도 좀 푹 쉬면 좋으련만 엄마 성격상 그러질 못한다.

밀린 일들을 다 하느라고 이것저것 손 안대는 일이 없다.

그런데다가 나마저도 아들을 맡기고 나가버리고 말았다.

와이프도 몇개월째 매주 토요일마다 학교에 나가서 강의까지 하느라 고생하고 있어서 1박2일로 친구들과 바람쐬러 갔다오라고 한 상태에서 오후에 내가 아들을 데리고 축구장을 가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하필 비도 오고 날도 더 추워지는 바람에 데리고 나갔다가 감기만 더 걸려서 올 것 같아 델고 가는 걸 포기했다. 그러다 보니 집에다 두어야 하는 상황. 어제 오후에 다른 사람의 연락을 받고 나간다는 약속만 하지 않았어도 안 나갔을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엄마 아빠한테 양해를 구하고 나가긴 했는데 걱정이 이만 저만. 아빠가 병원에 나갈 때 데리고 나가 있을 테니, 올때 데리고 가라고 하는 데, 엄마 성격상 병원에 데리고 나가는 걸 용납할 성격도 아닌거다. 축구 끝나고 전화 해보니 역시나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단다. 다행이지 싶다가도 아빠한테 신경질 냈을 거 생각하니, 걱정도 되고, 최대한 열심히 밟아서 집에 왔는데도 한시간이 족히 걸린다. 아들은 컴퓨터 하고 있고, 엄마는 뒷골 땡긴다고 인상을 쓰고 있다.  

엄마한테 쉬는 날이라도 좀 쉬지 그러냐고 되도 않는 소리를 해본다.

 

저렇게 일만 하다보니 엄마는 손주와 잘 놀아주질 못한다. 단순한 아들은 자기와 놀아주지 않는 할머니가 마냥 싫고.

자신과 잘 놀아주는 할아버지가 제일 좋다. 또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잔소리 하면 할머니에게 대들기도 한다. 때리고 발로차고.

그러지 못하도록 아무리 말을 해도 잘 듣지 않는다.

할머니가 힘들어서 너와 놀아주지 못한다는 걸 아무리 설명을 해도 와 닿질 않는다. 아마도 조금 더 훨씬 많이 커야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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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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