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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행'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10.09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화; 품행 4

부산국영화제에서 두편의 영화를 보았다. 하나는 씨네키즈 섹션의 백만달러 판초의 모험, 또하나는 월드프리미어의 품행이라는 쿠바영화. 사실 둘다 현장예매에서 표가 남아있어서보긴 했지만 둘다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하나는 아들을 위해서, 하나는 둘이 너무 재미있게 보아서.
판초는 씨네키즈 섹션에 어울리게 완전 어린이를 위한 영화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복권에 당첨된 강아지 판초가 있고 그를 지키는 정의로운 집사가 있는데, 판초의 돈을 노린 악당이 침입을 하고, 그들을 피해 도망다니다가, 개훈련소에가게되고 개훈련소를 거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진정한 개의 친구도 만나고 그 사이 정의로운 집사가 판초를 찾아 헤매이다가 짝꿍도 만들고, 악당도 물리치고, 판초와 친구도 맺어준다는 전형적인 어설픈 코믹 서스펜스,  무협, 액션, 스릴러 영화이다. 순전히 아이들을 위한 잡탕 영화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들은 재미있게 봤으므로 그것으로 만족스러운거다. 아들과 같이본 영화인데 아들이 재미없었다면 내가 아무리 재미있었던들 무슨소용이었겠는가. 여섯살짜리 아들이 가끔은 지겨워서 몸을 꼬기도 하고, 이런저런걸 묻기도 하고 했지만 끝까지 앉아서 보고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영화였다. 만화영화가 아니면서 그러기는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두번째본 영화는 품행. 쿠바 영화라는 것이 약간 혹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재미난 영화였다.
줄거리는 엄마와 같이 사는 찰라는 말썽쟁이 아이이고, 거친듯한 행동들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런 배경에는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고, 엄마는 약에 의존하며 돈도 제대로 벌어오지 않고 아마도 약을 사기 위해 몸을 팔고, 약을 먹으면 아들을 돌보지도 않을 뿐더러 전기료도 내지 않아 전기마저 끊길 위기에 처해있다. 그래서 찰라는 돈을 벌기위해 비둘기를 잡아 기르고, 투견용 개를 기르는 등의 일을 하며 학교를 다닌다. 그러다 보니 거칠어지게되고, 거칠고 직설적인 면 때문에 학교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의리도 있고 담인선생님에게 존경심도 있다. 담임선생님 도한 겉으로 보여지는 거친 부분 이면에는 아이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이해심이 넓어서 그 아이를 최대한 감싸고 자립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주변은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투견용 개를 기르는 것도 불법이고 싸움을 해서 아이를 때리는 것도 문제고, 밖에 나가서 위험하게 큰물(해안부두)에서 수영하는 것도 안 좋은 행동이다. 그로 인해 복지사가 드나들고, 재학교로 보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걸 알게된 담임 선생님이 찾아가 바로 꺼내온다. 그렇게 아이와 학교, 담임선생님과 위원회간 문제들은 계속 발생하고, 걷잡을 수 없는 사태까지 가고야만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은 결단을 내리는데..........

13살아이에게 세상은 너무나 가혹하다.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고 엄마는 자신을 돌보지도 않는다. 돈을 벌지 않으면 전기도 끊기고 엄마를 잃을지도 모른다. 가혹한 엄마지만 엄마마저 없다면 자신은 누구에게도 의지할 사람이 없다. 아이의 어려움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쿠바의 현실과 함께 생경한 쿠바의 모습이 잘 드러난듯하다. 예전에 아이들의 성장영화를 보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예전엔 거시적으로 접근했다면 지금은 미시적으로 접근을 하게 된다. 순간순간 아이의 상황에 책임감으로서의 부모의 입장과 아들의 행동 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해 보지만 순간순간 아들과의 다툼에서 발생하는 강요는 어쩔 수 없긴 하다.

최근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인터뷰(?) 한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 예전에 교육감 후보들과 학생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단다. 그런데 선거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황이라, 자신들은 얘기는 할 수 없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한 적이 있단다. 그때 나온 내용가운데 하나가 아이들의 9시 등교 요구였다는거다. 모든 어른들이 9시에 출근하고, 심지어 학교도 수업이 8시 50분 혹은 9시에 시작하는데 왜 굳이 7시30분부터 등교를 시키냐는거다. 그때부터 9시 등교를 꼭 시키겠다고 희망했고, 교육감이 되어서 그걸 실천에 옮겼을 뿐이다. 그리고, 여러가지 불만에 대한 내용들에도 대응책이 나와 있다. 일찍 출근하는 가정들을 위해서는 학교에 일찍와도 무관하며 실제로 그전처럼 7시30분에 와서 자는 학생들도 있다. 집이 먼 학생들은 그게 훨씬 편할 수 밖에 없다. 회사원들도 마찬가지로 집이 먼 직원들이 더욱 일찍 회사에 오는 법이다. 갑자기 딴이야기로 흘렀지만, 아이들의 교육이란 것이 그렇다. 우리들은 아이를 위해서라는 말을 너무 많이 쓴다. 아이들을 위해서 이거하면 안된다, 저거하면 안된다, 자꾸 강요를 하게 된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동조하기보다는 내 방식을 강요하는 식이다. 나조차도 어떨땐 그런 경우들이 많이 있다. 복지사, 위원회 등도 아이들의 이야기에는 잘 집중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무언가에 대해서만 하면 안된다고 강요할 뿐이다. 아이의 행동, 아이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배려를 한다면  훨씬 아이들이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고,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할텐데 말이다.
어렵고 힘들고 고달픈 상황에 처해있는 찰라와 카멜라 쌤이지만, 둘은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먼 훗날 재교육학교에 들어간 20여년전의 제자처럼 올바르게 자라 좋은 일을 하는 멋진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는 희망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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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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