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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신호

다양한 2012. 3. 18. 03:00

a. 회사를 그만뒀다.

한 직장에 10년정도 다니니 은근 압박이 들어온다.
어쨌거나 그동안 회사에 나름 최선을 다해서, 작은 규모를 어느 정도
업게 중견 규모로 키워놓을 만큼 최선을 다했고 그런 와중에 최선을 다한 내 나름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고, 그래서 사장 바로 밑에서 업무를 총괄한 만큼의 지위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으로 내 몫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즈음...

언젠가부터 사장과 조금씩 엇나가는 느낌이다. 회사의 중요한 것들은 상의하고 같이 결정하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없어지고, 자꾸 결정하고 통보하는 것들이 늘어난다.
중요 사항들에 대한 결정권이 점점 없어지고, 그런 것들이 압박으로 다가온다.

며칠 전 임금 협상을 하는 데 동결이란다. 그리고 법인카드 사용을 중지한단다.
그렇게 하나둘씩 줄여나간다. 협상도 아니고 통보다. 일부 반발했다.
하지만 무시당했다. 얼마 전부터 느껴오던 것들이 사실인가보다.
다시 독대를 가졌다. 언성이 높아졌다. 그리곤 박차고 나왔다.
회사를 그만뒀다.


b. 회사를 그만뒀다.

학교 졸업하고 좀 빈둥빈둥하다가 운이 좋게 꽤나 큰 회사에 들어갔다. 토목쪽에서는 대기업에 속하는 회사다.
사회적 간접자본(soc)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회사도 잘나가고 일도 잘 배우고 재미있다.
그러던 와중에 같은 팀장이 회사를 차려 나가는 데 같이 나가자는 제안을 한다.
몇 명 같이 나가 투자해서 회사 차리는 거다. 승진에 지금보다 월급도 많다.
좋은 기회다 생각했다. 그리고 시장 상황도 좋았고 윗사람들 인맥도 좋아서
일도 많고 사람들과 관계도 좋고 재미있다.

3년쯤 잘 나가던 회사가 조금씩 기울어진다. 전체적인 일이 줄어드니까, 아무리 인맥이 좋다한들
일 자체가 없다보니 어떻게 건질게 별로 없다. 그러던 와중 사람들과 트러블이 생기고
인사과정에서 투자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차별대우하고, 그렇게 그사람과도 문제가 생기고
하다보니 사람들과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전에 알던 사람에게 연락이 닿게 되고 그쪽에서 사람 구한다는 얘길 듣고 이직을 했다.
한 2년 좋은 시절을 보내다가, 4대강 사업을 끝으로 토목 관련일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대기업 몇군데를 빼고는 줄줄이 파산이다. 이곳도 견디지 못하고 파산을 했다.
회사를 그만뒀다.


열심히 산다는 것, 그것만으로 아무것도 안되는 게 참 많다.
사회적 상황에 의해, 혹은 사람에 의해 모든 게 어그러질 수도 있는 상황은 발생한다.
그거에 대비하기 위해 발에 땀나게 뛰어다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내가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도 상이하게 흘러가는 세상에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또 그렇게 견뎌나가며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고, 발견하고, 굽히기도 한다.
그렇게 소주 두병을 까면서....

소주 두병 만큼이나 삶은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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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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