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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축구얘기를 안 쓸수가 없다.

그동안 믿어왔고, 참아왔고, 설마설마 해 왔던 것들이 모두 한순간에 폭발했다.

누군가 편애하던 것들을 조만간 안 하겠지 하며 기대를 했것만 그 기대를 무참히 깨부수고 기용했던 것들은 끔찍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이번대회 가장 큰 이변은 역시나 스페인의 몰락이다. 티키타카를 완성시키며 세계 축구계를 한동안 주름잡으며 세계랭킹 1위를 놓치지 않던 스페인이 더 이상의 발전을 하지 못하면서 어이없이 월드컵 예선탈락이라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한계를 여실히 보았다.

 

하지만 예선탈락의 문제가 티키타카의 문제만은 아니다.

티키타카를 설명하기에 앞서 기원이 됨직한 농구 얘기를 해보자. 트라이앵글은 그 옛날 시카고 불스가 마이클 조던이라는 불세출의 스타를 완성(?)해 낼때 그를 받쳐주던 피펜과 호레이스 그랜트를 앞세워 트라이앵글 존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수비에서의 트라이앵글은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공격에서의 트라이앵글은 공격을 원활히 하며, 그것을 마무리 짓는 마이클 조던의 결정력이 만나 시스템을 극대화 시킨 결과물이다. 마이클 조던에게 수비가 몰리면 옆에서 피펜과 그랜트가 득점력을 올려준다. 그래서 그당시 피펜도 평균 득점 20점에 가까운 점수를 올렸고, 호레이스 그랜트 또한 리바운드와 평균 10점대 중반의 득점력을 보여주었다. 그것으로 팻 라일리는 명장에 반열에 오르며 팀을 여섯번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게 만들었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을 둘러싼 공수에서의 트라이앵글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수비에서는 가까운 데 상대 공격수를 막음으로써 패스할 공간을 차단시켜버리고, 그로 인해 긴 패스가 나가면 그것은 실수를 할 가능성도 많아지고 중간 차단의 가능성도 많아진다. 또한 공격에서의 트라이앵글은 공을 배분할 위치가 늘어나며, 원활하게 공격해 들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것을 바탕으로 스페인은 지속적인 트라이앵글을 통해 상대 공격은 수비에서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의 공격은 배가시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무리를 지어주는 이니에스타, 사비, 다비드 비야 등이 제몫을 다해 주면서 결정적인 한방 등을 날려주었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 하나가 결정을 지어주는 가의 문제이다. 초기 스페인이 티키타카를 갖고 나왔을 때 문제점이 그 수많게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기회를 다 날려버리면서 성공하지 못하다가 위에 언급한 사비, 이니에스타, 다비드 비야 등의 결정력이 높아지면서 드디어 스페인 축구가 완성되어 간 것이다. 그리고 1위 수성은 대략 6년정도의 기간을 이어져왔다. 하지만 최근의 몰락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한발빠른 슛팅이 나와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골문앞까지 패스하고 들어갈려고 한다는 것이다. 결정지어줄 사람들은 이제 너무 늙어버렸고. 스페인의 몰락은 여기서 비롯됐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티키타카를 하기 위해서는 90분간 엄청난 체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스페인과 대결했던 네덜란드와 칠레는 둘다 스페인보다 체력에서도 앞서고 더 많이 뛰고 피지컬도 더 좋다. 더 빠르고. 그런팀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개인기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개인기만 부리고 있는 팀은 상대하기가 너무 쉽다. 시간만 끌어주면 된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둘이 달라붙어 뺐으면 충분히 어느 누구라도 뺐어낼 수 있다. 축구란 개인의 경기에 앞서 조직력이 우선되는 경기이다. 누군가는 개인기를 부려야 되고, 누군가는 상대보다 빠를 만큼 주력을 갖고 있어야 되고, 누군가는 장신이어야 한다. 누군가는 피지컬이 좋아 몸싸움으로 상대를 해줘야 하고, 압도하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싸워줘야 하는 거다.

 

이제 우리팀의 문제점을 뜯어보자.

얼마 전의 우리의 강점은 오른쪽에서 이청용이 돌파를 제대로 해주고, 중간에서 기성용이 수비와 볼배급을 원활히 해주면서 공격력과 수비에 조율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것들을 앞에서 받아주고 뒤에서 받쳐주는 그런 시스템. 이번 두차례의 월드컵과 최근 여러 차례의 평가전에서 그런 모습이 하나도 나오질 않았다. 사이드로 열어주는 이청용의 패스도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이청용이 빠른 발과 개인기(아주 훌륭한 개인기는 아니지만)를 활용한 공격을 한번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거다. 심지어 느린 러시아를 상대로도 그랬고, 더욱이 빠른 알제리를 상대로는 더욱 더 그러했다.

공격 부진의 최고봉은 역시나 박주영이다. 공격수가 수비수 하나 달고 다니면 끝이 아니다. 최종 수비수는 어쩔 수 없이 최종 공격수를 따라다니게 되어 있다. 그가 아무리 못하더라도. 결정을 지어주고, 최소한 그게 안된다면 몸싸움 하다가 열어주는 것이라도 있어야 하는 데, 박주영은 최전방에서는 공을 잡지도 못하고, 중간쯤에서 잡으면 패스미스하고, 몸싸움하다가 넘어지고, 반칙도 얻어내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빠르게 치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시종일관 그런 플레이로 일관하는 선수를 넣고 있다는 것은 감독의 자질 부족이다. 도대체 인맥없이는 설명이 되질 않는다. 그리고 확실히 골키퍼 정성룡의 움직임에는 문제가 있다. 좀더 어렸을 때 정성룡은 분명 빨랐다. 키는 작았지만, 그 작은 키를 스피드로 극복하는 스타일이었으나 지금은 키도 작고 느리고, 판단력도 떨어진다. 다른 괜찮은 골키퍼가 있었음에도 정성룡을 기용한 것도 이해할 수가 없다.

 

지난 러시아전에서는 조직력이 문제없이 돌아갔다. 왜냐하면 그건 상대도 느리고 우리도 느리다 보니 서로 큰 문제없이 경기가 치뤄진 것이나 진배없다. 운좋게 한 골이 들어갔고 우왕좌왕 한골을 내줬다. 특별히 잘한 것도 나오지 않았고, 한골을 제외하면 특별히 못한 것도 나오지 않은 결과였다.

그것이 독이 되어 알제리전에 4실점이나 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상대는 빠르고 우리는 느리다. 이영표 해설위원 말대로 상대는 느린 우리 수비를 염두에 두고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들어간다. 그랬으면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라도 파울로 끊었어야 한다. 경고누적이 되더라도. 그런데 그것조차 없었다. 첫번째 골의 실점 모습이다. 두번째 골은 명백한 골키퍼 실수다. 그 높이에서 올라오는 골을 뒤에서 쳐내려는 골키퍼가 어디있는가? 앞으로 뛰쳐나가야지. 초반의 이런 어이없는 실점들이 패배로 이어지는 지름길이었다.

 

한가지 잘한 것은 후반 빠른 타임에 박주영을 김신욱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사이드에서도 그렇고 중앙에서도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니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효과만점이었다. 뻥축구의 성공이랄까. 미들에서 골에어리어에 있는 김신욱에게 올려주고 떨어지는 골을 손흥민이나 이근호가 받아먹는 찬스들이 결과적으로 두골을 만들어냈다. 이 단순한 공격이 통하는 시간은 단지 마지막 10. 어쩔 수 없이 써야하는 카드이지만 우리는 후반 45분을 이런 패턴으로 몰고 갔다. 이것은 무엇인가. 감독의 작전 능력 부재이지 않은가? 이것도 작전이라면 작전인 것인가? 참 답답할 지경이다.

선수들의 정신력만 탓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신력 이전에 뒤지지 않는 개인의 능력과 그것들을 잘 조율해주는 감독의 능력이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약간의 부족분을 정신력으로 채우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니겠는가?

 

축구라는 것이 어려운 것임은 분명하다. 인간의 감각 중 가장 둔감하다는 발을 가지고 하는 운동이다 보니 실수도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동진의 어휘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금요일 경기도 보겠지만, 기대도 희망도 없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이다.

 

오랜만에 너무 화가 나서 장문의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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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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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이번 올림픽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눈에 띄는 발전 모습은 역시 수비.

상대방의 완벽함으로 인해 내주는 골 외에 어처구니 없는 실수는 거의 없어졌다.

오랜 기간 발을 맞춰오면서 수비진의 조직력이 큰 향상을 이루어서

세트 피스 상황에 공격수를 놓친다거나 속공에 무력하게 떨어진다거나 하는 경우가 없었다.

브라질전을 제외하고는 많은 실점을 한 경기가 없었다.

멕시코도 개인기가 뛰어난 팀이고 스위스나 가봉이 약한 팀이 아니었음에도 최소 실점으로

조별예선을 통과한 것이다. 최상의 수비력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낸다.

영국과의 승부차기에서 골키퍼의 활약이 빛나긴 했지만 브라질에서 보여준

올림픽 대표 골키퍼의 실력은 한참 갈고 닦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해 정성룡의 골키퍼 능력은 세계에 내놔도 부럽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왜 와일드카드로 발탁이 됐는지를 전경기를 통해서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해진 공간은 미드필드진이다.

간결한 골키핑 능력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식의 잔패스를 상당히 수준급으로 잘 구사해 주고 있다.

아직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 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올림픽에서 그 진가가 잘

발휘되었다. 또한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상대방을 압박하는 모습을 늘 전후반 저런 상태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를

의심하게 만들었는 데 경기가 끝날때까지 아주 열심히 많이 움직이는 모습에 새삼 놀라웠다.

공격진부터 상대방을 압박한다는 게 실질적으로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것을 경기가 끝날때까지 유지한다는 건 심장이 두개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박지성이 위대한 것이지. 그런데 올림픽 팀의 많은 선수들이 그걸 가능케 만들고 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최대로 많이 뛰는 걸 볼 수 있었다.

영국 날씨가 현재의 우리나라만큼 덥지 않기때문에 다행이기도 했거니와 많은 운동량과 연습을 통해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시아권에서 말고 이렇게 세계 대회에 나가서 점유율이 좋은 경기를 펼친다는 건 분명 좋은 신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마지막 동메달 결정전에서의 결승골로 묻히고는 있지만 박주영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활약이었다.

골결정력 뿐만 아니라 경기력에서도 부족한 모습을 많이 노출했다.

골결정력이야 어느 정도 운도 따라줘야 하는 부분이라 조금은 논외하더라도

볼 키핑 능력이나 몸싸움에서 계속 상대방 수비수와 부딪혀서 자기공을 만들지 못하고 뺏기는 모습은

스트라이커의 모습이 아니다.

게다가 어렸을 때의 공격 에어리어 안에서의 순간 동작에 이은 빠른 슛팅도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이젠 그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분명 두골을 넣긴 했지만 미드필드에서 만들어준 수많은 찬스들을 다 날려버리고

만든 두골이기에 그닥 와닿질 않는다. 그저 운좋게 들어간 것이라는 생각뿐.

하지만 일본전에서의 골은 멋졌다.

상대방의 실수가 있었지만 한번에 넘어온 공을 세명, 네명을 달고 들어가면서 사실은 빗맞은 듯한 오른발 슛은

환상적이었다. 아마도 길이길이 역사에 남을 듯한 골이다.

그렇지만 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 부재는 언제나 고민거리일 듯 하다.

 

올림픽 호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는 기성용이다. 중원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이지만 공격에 볼 배급까지 조율해 주는 모습은 리듬체조 손연재의 볼 연기만큼이나 훌륭했다. 수비형 미들이다 보니 계속 한발처져 있는 모습이었지만 상대방의

공격 상황에 따라 왼쪽 오른쪽 가리지 않고 수비에 가담하면서 상대방 공격의 맥을 끊어주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다.

많은 움직임과 정확한 판단력이 없으면 어려운 일들이다. 그러면서 공격진에 정확한 패스와 프리킥 상황에서의 좋은 킥까지..

앞에 이청용까지만 있었더라면 최상의 콤비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한 껏 묻어나는 상황이 많이 있었다.

 

그외에도 공격에서 구자철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지막엔 골까지 넣어주었고, 사실 그 이전에 골포스트를 두번이나

맞히면서 운이 안 따르는구나 하는 걱정이 되긴 했다. 그래도 끝까지 열심히 뛰면서 공격을 조율하고, 마지막엔 쐐기골까지..

 

 

아마도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하위팀을 상대로 90분 내내 공격만 하다가 속공 한방에 1:0으로 지던 옛날 경기같은 모습이었다.

오늘의 일본전에서 그동안의 미들에서의 점유율 축구는 상대방에 밀린게 사실이다.

아마도 전체 점유율이 45대 55나 40대 60 정도로 일본이 공 점유율은 좋았다.

그러나 상대방은 미들에서의 점유율은 높았지만 정작 골에어리어 근처에서의 활약은 그닥 없었다.

골라인 근처까지 파고들어서 위협적인 센터링을 올린다든다, 페널티에어리어 근처에서 세밀한 패싱능력이라든가 하는

그런 아주 위협적인 상황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수비진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방증이 될 것이다.

그러다가 우리의 두번에 걸친 속공으로 두골을 이뤄내서 손쉽게 상대방을 제압했다.

이런 경기가 참 기분 좋은 승리이다.

무척 손쉽게 이긴 느낌.

 

김영권,황석호,오재석,윤석영,박종우,지동원,김보경,김기희,김창수,백성동,이범영 등 모든 올림픽 선수들 잘했다.

그리고 축하축하축하!!!!!

 

이번 올림픽 메달 획득으로 이들에겐 병역 해결의 좋은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좋은 당근을 받고선 좀 더 좋은 활약과 능력 향상으로 월드컵 대표때까지 꾸준히 발전해서

더 나은 한국 대표 선수들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걸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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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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